MBC 예능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이 전성기를 누리던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을 보고 육아 예능이 이제 끝물에 접어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해졌다. 육아 예능의 원조 격인 ‘일밤-아빠! 어디가?’는 최고 시청률 20%를 찍으며 승승장구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성장 스토리가 사라지며 부진의 늪에 빠졌고 후발주자인 ‘슈퍼맨’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는 ‘아빠 어디가’ 제작진의 실수나 잘못 때문이 아니다. ‘슈퍼맨’이 ‘아빠 어디가’의 약점을 채워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관찰 예능에 힘을 실은 덕분이었다. 출연자들이 더 어려졌으니 시청자들의 관심이 ‘슈퍼맨’으로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아직 잘 걷지 못하고 말도 통하지 않는 아기들이 혼자서 걷고, 먹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우리가 부모가 된 듯 한마음으로 기뻐했다. 감동의 눈물도 흘렸다. 하지만 ‘슈퍼맨’의 아이들도 점점 자라나면서 육아 예능의 힘이 빠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흥우 국장은 “육아 예능이 한계에 달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며 “’아빠 어디가’ 아이들도 처음에는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누구든지 예쁠 시기가 있다. 그러다 크면서 그 맛이 사라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눈에 익숙해지면 진부하다고 느낀다. 새로운 어린 아이가 나오고, 인기를 끌다가 익숙해지면 재미가 사라지는 그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육아 예능은 인물의 문제다. 새로움이 어느 순간 피로감으로 몰려오면 시청자들은 TV를 떠난다”고 육아 예능의 성쇠를 분석했다.
이어 이 국장은 육아 예능에 이어 청춘 예능이 대세로 자리잡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제 생각에는 앞으로 ‘청춘’ 예능이 대세로 인기를 얻을 듯 하다. 우리 사회에는 청춘이라는 화두가 있다. 청춘들이 원하는 니즈(needs)를 파악하고 새 아이템을 발굴해내는 게 중요할 듯하다. 더불어 고령화되면서 실버 제너레이션(노년층)에 대한 것도 필요하다. 이 주제들을 소통이 원활한 쌍방향으로, 자연스럽게 TV로 이끌어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이 국장은 연애, 결혼, 출산에 이어 내 집 마련, 인간관계까지 '5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표현하듯 현대 사회에서 청춘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 무겁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청춘들의 성장과 아픔을 그려낸 영화나 드라마, 웹툰이 나오는 것처럼 꿈은 있지만 도전을 두려워하는, 연애가 어렵고 서툰, 취업준비 후 자신감을 잃은 아픈 청춘을 위해 예능이 긴급 처방을 내려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의 종이연구가 김영만도 종이접기를 통해 청춘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성큼 다가온 게 아닐까. 김영만은 자신의 방송을 보며 자란 청춘들에게 ‘코딱지’ ‘어린이 여러분들’이라고 불러주며 몸만 어른인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어루만졌다. 김영만의 따뜻한 종이접기는 세상살이에 지친 청춘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안겼다.
이 국장은 ‘마리텔’에 대해 “꼭 방송하자고 주장한 사람 중에 한 명이다. 5개의 독립방송이 하나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다. 그들의 쇼를 볼 수 있는 장점에다 백종원이 만들어내는 힘이 너무 크지 않나. 구수함과 순발력, 위트가 넘친다. 박진경, 이재석 PD가 2040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시청 니즈(needs)를 잘 파악했다. 쌍방향 소통도 잘하고 편집의 기술도 뛰어나다”고 극찬했다.
사실 ‘마리텔’ ‘집밥 백선생’ 등에 출연한 백종원과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는 셰프들은 ‘쿡방’(요리 방송)을 이끈 대표주자다. 이제는 셰프들이 없는 예능은 허전할 정도다. 셰프들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요즘 방송되는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셰프를 연기할 정도니 가히 ‘셰프 돌풍’이라 부를 만하다. 연예인만큼 주목 받고 있는 스타 셰프들은 기존의 방송인들과는 다른 꾸미지 않는 매력이 있다. 기본적으로 요리를 손쉽게 만들며 시선을 끌고, 입담과 예능감도 갖추고 있어 셰프들의 방송 출연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국장은 요리가 안방을 사로잡은 이유에 대해 “불황과도 관계가 깊다. 백종원의 레시피는 쉽고 간단하다. 불황에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방법에 시선이 쏠렸다. 적절한 사회현상이다.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에 환호하듯 셰프도 그에 못지 않는 관심을 받고 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하나를 먹더라도 맛있고 독특한 음식을 접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purplish@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