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의 역습이 심상치 않다. 평소 G12 가운데에서 가장 뛰어난 한국어 실력은 물론이고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잘 아는 타일러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했던 다니엘의 한국어 실력과 박학다식한 지식이 이 날만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27일 오후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운 미국 대표 타일러를 대신해 독일 대표 다니엘이 지식 자랑을 마음껏 뽐내는 모습이 그려졌다. MC들과 G12는 타일러의 부재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내 다니엘의 활약으로 ‘타일러 없이도 토론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날 방송에서 다니엘은 ‘다시 쓰는 세계사-각 나라 배신의 역사‘에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프랑스 사이의 이중스파이였던 마타 하리를 이야기했다.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이집트 대표 새미는 마타 하리에 대해 자신의 이익만 좇으며 애국심과 충성심이 좌우된 여자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마타 하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야기에 살을 보탰다. 이에 다니엘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거죠”라고 고급 관용어(?)를 구사하며 새미의 말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모습에 MC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고 유세윤의 “타일러 없다고 날개를 편다”는 말에 다니엘은 “이 때를 틈타 분량을 늘려야한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본격적인 토론에서도 다니엘의 활약은 계속됐다. ‘늘 남이 정해놓은 답에 맞추려는 나’에 관한 주제로 펼쳐진 토론에서 다니엘은 기본이 갖춰져야 성공의 기회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는 장위안의 말에 “자신감이 있다”는 말을 떠올렸다며 ‘자신’의 한자 뜻을 풀이하며 설명했다. 남이 정해놓은 답에 맞추려는 것은 스스로를 믿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믿는 것이며 독립성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다니엘은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한국 속담까지 예를 들어가며 얘기를 이어나갔다. 이에 MC들은 “타일러 없다고 너무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 어제 너무 설레면서 잔 거 같다”며 다니엘의 지식 자랑을 지적했고 다니엘은 “너무 티났나”라고 말하며 머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이탈리아 대표 알베르토도 “대기실부터 두근두근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다니엘의 모습을 재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날 다니엘은 한국어 실력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풍부한 지식도 드러냈다. 각국의 결혼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다니엘은 “한국도 조금 다르게 생각해봐야 할 거 같다”며 한국에서 결혼하는 커플의 30%만 바로 혼인 신고를 한다는 사실을 언급했고 결혼에 대한 인식이 차츰 바뀌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대변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다니엘은 덴마크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고 스위스의 연구 결과까지 언급하는 등 그동안 아껴둔 지식을 대방출했다.
‘타일러가 없이도 토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다니엘. 타일러의 부재에 날개를 단 듯 거침없는 활약을 멈추지 않았던 다니엘이 타일러 앞에서도 변함없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그동안 타일러의 그림자에 가려 좀처럼 빛을 발하지 못했던 다니엘이 이번 방송을 계기로 타일러를 넘어서는 날이 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한편 ‘비정상회담’은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비정상회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