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차별을 받고 욕을 먹는 남자의 상황은 딱했다. 단지 외모 때문에 길을 가면서 놀리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을 감당해내야 하는 토종한국인의 사연은 듣는 이들에게 “외국인처럼 생기면 어떠냐?”는 자연스러운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외국인에 대해 차별하고 배척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한 단면은 씁쓸함을 남겼다.
지난 27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서는 타고난 이국적인 외모로 인해 연애도 어렵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기 일쑤인 20대 사연남이 등장했다.
이날 스튜디오에 등장한 그의 모습은 개그맨 송영길을 놀랍게 만들 정도였다. 타고난 곱슬머리와 검은 피부, 건장한 신체를 가진 이 사연자는 길을 갈 때 사람들로부터 ‘흑형’이라는 수군거림을 받고, 자신을 외국인으로 오해한 택시기사로부터 바가지요금을 받는 등 이국적인 외모로 인해 생활에서 고통 받는 점들이 많았다.
그가 받는 고통은 생각보다 심했다. 과거 사귀었던 여자친구는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외국인이랑 사귄다”는 수군거림을 받고 그의 손을 놓아버렸다. 새벽부터 일찍 나와 양파를 파는 그에게 한 손님은 “얼굴도 뭐 같이 생겨서 양파도 뭐 같다”며 모진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친구들이나 여자친구와 술을 먹어도 같은 공간에 있던 취객들은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며 시비를 걸었다.
이처럼 외모가 주는 고통은 그의 자신감을 앗아갔다. 어린 시절부터 외국인 같은 외모를 갖고 있었던 그는 “당당해지고 싶다”며 사연을 신청한 이유를 밝혔다. 그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된 어머니는 눈시울을 붉혔다. 새벽부터 일찍 나가 성실하게 양파를 판 돈으로 자신을 부양하는 막내아들이 받는 고통에 “우리아들은 내가 낳은 토종한국인이다. 놀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MC들은 외국인과 같은 외모를 가졌다는 것 이전에 외국인들에게 가해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은근한 텃세와 차별에 분노했다. 이들은 “외국인이라 치자. 그런데 왜 놀리느냐. 외국인이면 더 잘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고, "토종한국인이라고 말하고 놀리지 말아달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송영길은 “나도 결혼했다”며 이성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는 사연남을 격려했고, 이상훈은 “웃는 것은 우리 개그맨 보고 웃으시라, 우리 보고 웃고 놀리라”며 사람들의 웃음과 놀림에 상했던 사연남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했다.
‘안녕하세요’의 미덕은 이처럼 조금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 준다는 점에 있다. 이 같은 사연들은 비록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사회에 아주 작은 다름으로 인해서 고통 받고 힘겨워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사람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일깨워준다.
한편 이날 '안녕하세요'에는 에이핑크 정은지, 오하영. '개그콘서트' 니글니글의 송영길, 이상훈이 출연했다. /eujenej@osen.co.kr
'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