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억해’ 도경수는 최원영이었다. 의뭉스러운 눈빛을 내뿜던 소름끼치던 범죄소년은 자신의 표정을 완벽하게 숨긴 채 사람 좋은 법의학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초반 신스틸러 역을 톡톡히 했던 도경수는 최원영이라는 좋은 파트너와 함께 한 인물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두 사람은 과연 최고의 2인 1역이라 칭찬해줄만 했다.
지난 27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극본 권기영 연출 노상훈 김진원)에서는 과거의 이준영(도경수 분)이 곧 현재의 이준호(최원영 분)라는 점이 밝혀졌다. 현(서인국 분)은 이런 사실을 확인해 가고 있는 상황.
이날 현과 지안(장나라 분)는 일가족 살해 사건이 일어났던 집 벽 속에서 유골이 담긴 관을 발견했다. 그 집 안을 떠돌던 한 여자는 두 사람에게 유골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여자는 “그 유골은 바로 그 집안의 막내딸이었다”이었다며 그 막내딸이 성폭행을 당해 낳은 아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아이는 엄마를 비롯한 가족들로부터 구박을 받았고, 호적에도 오르지 못한 채 갇혀 자랐다. 어딘지 모르게 남다른 데가 있어 가족을 비롯한 모두가 그를 피했고, 어머니인 집안의 막내딸은 끝내 아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살을 해버렸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했던 여자는 어머니의 자살 후 더욱 심하게 고립된 그를 불쌍히 여겨 풀어줬고 이후 그 아이는 일가족을 모두 살해했다. 그가 바로 범죄 프로파일러였던 현의 아버지 중민(전광렬 분)이 연구했던 이준영이었다.
현은 그 집에서 발견하게 된 막내딸의 유골을 “보낼 사람한테 보내야겠다”며 준호(최원영 분)에게 보냈다. 준호는 유골을 자세히 살펴보며 "오랜만이에요. 엄마"라고 말했고, 이는 그가 곧 준영임을 증명하는 대목이었다. 이후 준호를 만난 현은 그를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고 선호(박보검 분)까지 있는 자리, 세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도경수는 짧은 출연에도 불구, 놀라운 존재감으로 드라마의 전반을 지배했었다. 그가 연기한 준영은 주인공 현의 불행의 원인이 된 인물이었고, 기억을 잃고 살아가는 그를 한국으로 불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준영은 곧 현의 주변을 떠돌며 수상쩍은 행동을 보였던 준호였다. 준호 역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최원영은 소름끼치는 반전 연기로 후반부에 방점을 찍었다.
도경수와 최원영은 다른 외모에도 불구, 한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두 사람을 공통적으로 꿰뚫는 것은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을 그려내는 섬세한 연기력이다. 어린 준영이었던 도경수는 세상을 향하 조롱과 분노가 가득담긴 눈빛으로, 어른이 된 준영인 최원영은 모든 것을 꽁꽁 숨긴 채 자신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현을 바라보는 흥미 가득한 눈빛으로 인물을 표현해 냈고 이는 보는 이들에게 위화감 없이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한편 '너를 기억해'는 자신의 친아버지가 내린 잠재적 살인범이라는 판정을 낙인처럼 짊어지고 살아온 한 남자와 그런 그를 의심하고 관찰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 /eujenej@osen.co.kr
'너를 기억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