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재, "좋은 감독들 특징은 혹독한 오디션..많이 배웠죠"[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5.07.28 08: 34

"배역이 나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해요."
배우 차은재. 연기자로서 어느 덧 8년차 경력자다. 연극 분야의 베테랑인 그는 영화와의 사랑을 시작했다.
'밀양'으로부터 영화와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이후 스크린을 통해서는 '거북이 달린다', '부당거래', '광해, 왕이 된 남자', '베를린', '변호인' 등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첫 인연이었던 '밀양'. 다방 아가씨 역. 작은 배역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오디션을 봤다.
"연극만 했을 때는 영화를 잘 몰랐는데 '밀양' 현장을 통해 영화 작업이 너무 행복하고 좋은 것이란 사실을 알았어요. 영화만의 매력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죠. 그 이후 연극과 영화를 병행하게 됐어요. 작은 배역이라도 오디션을 보는 자체가 너무 즐거워요."
전작인 영화 '변호인'에서는 미스 문 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바다. 이 얘기를 꺼내자 그는 "천만의 힘이 크고, 여자가 많이 안 나왔고, 사무실 직원이 저 밖에 안 나와서 그래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무대 인사 현장을 돌 때도 저도 함께 참여해  돌았어요.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이죠."
당시 양우석 감독으로부터 "격동의 시대에 부산 여성은 어땠을 까요?"란 심층적인 질문을 받고 배우로서 캐릭터에 어떻게 임해야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이후 대사가 늘어나고 역할이 커지고 원래 없었던 법정 장면에도 등장하게 됐다.
작은 역이어도 열심히 임하면 좀 더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을 '부당거래'를 통해서도 배웠다. 검사 주양(류승범) 아내 역으로 원래 이미지 같은 역할이었지만, 보다 연구를 하고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임하다보니 신이 추가됐다.
"그 현장에서 나름 재미있게 참여하지 못 했으면 영화에 아예 안 나왔겠구나 싶었죠. 배우란 직업이 참 힘든 일인데 그럴 때 힘을 받아요. 그 동안 힘든 걸 싹 다 잊게되죠."
굵직한 배우들, 감독들과의 작업이 그에게는 보석 같은 경험이다. '밀양'의 이창동 감독은 작은 역할도 혹독할 정도로 오디션을 본단다. 이는 함께 작업한 다른 감독들 역시 마찬가지.
"그런 감독님들이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성향을 지니셨기에 오디션을 혹독하게 봤어요. 준비할 때는 치열하게 하는데 나와서는 굳이 '이 역할은 내꺼구나' 아니면 '내 것이 아니구나'란 생각은 하지 않아요. 나와서는 본 것도 잊어버리죠. 그게 나름 오래 버티는 제 노하우에요."
요즘 사투리를 잘 구사하는 것은 배우의 큰 강점이 됐다. 차은재는 부산 출신. 자연스럽게 무기 하나를 지닌 셈이다. "서울말을 완전히 극복하면 무기가 된다"라며 웃어보인 그는 "배우들이 부산말을 배우기 어렵다고 해요. 곤혹스러워하죠. 법칙이 없고 뉘앙스라 그런 것 같아요." 가장 자연스럽게 부산 사투리가 녹아든 영화로는 '친구'를 꼽았다.
차은재는 '직진 코스'로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중학교 때부터 키운 배우의 꿈은 단 한 번도 변치 않았다.
"중학교 때부터 연극 배우가 하고 싶었어요. 고등학교에서도 연극부 활동을 하고 자연스럽게 대학도 연극영화과로 갔죠. 당연한 진로였어요, 연극이 아닌 다른 매체에 나오는 것은 사실 상상도 못 했어요. 그 현장에서의 생생한 연기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쑥스러운 것도 있고요. 그런데 영화를 처음 해보고 스크린에서 봤을 때 첫 타이틀이 뜨자 그 느낌은 발끝에서부터 뭔가 차오더라고요. 제가 나온 첫 영화 VIP 시사는 '밀양'이었어요. 마치 리트머스 종이처럼, 종이가 서서히 물들 듯 커튼콜 느낌이 내 발끝에서 서서히 올라오는 게 느껴졌어요. 전율이 오더라고요. 연극이 모든 것이 끝나고 나중에 (그 전율이)온다면 영화는 처음에 온다고나 할까요. 연극이 폴라로이드 사진라면 영화는 필름을 찾으러 가는 느낌이에요. '어떻게 나왔을까'란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 찾으러 갔을 때 사진이 잘 나온 것도 안 나온 것도 있잖아요? 그래도 그 사진 나름 각각의 매력이 있고요."
그래도 연극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부산에서 주인공으로 무대 경험이 많은 그는 서울에서는 연극제 등을 통해 소극장의 묘미를 알게 됐다고.
"연극적인 연극,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연극를 하고 싶어요. (뮤지컬은 관심이 없나요?)뮤지컬은 정말 뮤지컬 배우가 해야할 것 같아요. 저는 하려면 다시 태어나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하. 뮤지컬 배우는 기본적으로 가진 게 많아야 해요. 제가 감히 넘볼 수 있는 분야가 아니죠."
겸손한 그의 자세에서 오히려 '프로'다움이 느껴진다.
"8월 말 연극 '텐미니츠 플레이'를 해요. 2011년 대학로에서 개최돼 많은 관심을 받았던 공연인데요. 이번에는 인천 아트 플랫폼에서 열려요. 카페에서 극장으로 관객들을 몰고다니면서 하는 창의적인 작품이에요. 제가 나오는 공연은 '큐피트의 연인'입니다. 카페에서 모르는 남녀가 대화를 주고 받가다 뒤에 반전이 있는 작품이에요."
배우로서의 한 길 인생을 가고 있는 그에게 롤모델을 물었다. "송강호 선배님이요. '밀양'과 '변호인'에서 함께 했는데 정말 현장과 작품에 플러스가 되는 힘이 있으세요. 작품에 좋은 영향을 끼치시고, 정말로 현장을 좋아하시는 게 눈에 보여요. 연기가 숨을 쉰다고 할까요. 단순히 살아 있는 게 아니라 '파닥파닥'거려요. 그런데 또 진지하죠. 그러면서 신나는 느낌. 너무 괴롭게만, 혹은 너무 가볍게만 하는 배우가 있다면 송강호 선배님은 그 조화를 아시죠."
본인의 배우로서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한동안 생각하더니 "역할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가 아니라 그냥 배우 그 자체를 좋아한다는 대답을 곁들였다.
"역할이 작든 크든 그냥 재미있어요. 배우로서의 인생관이 훌륭한 배우가 되자가 아니라 '즐겁게 하자', '어제보다 좋은 내가 되고 싶다'거든요. 연기가 정말 좋아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하죠. 배우는 남의 시선을 받는 직업이지만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는 직업이기도 해요. 그 역할을 계속 고민하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 폭도 넓어져요. 배우는 자기애와 아집도 강하지만 끊임없이 사람들과 만나려고 노력하거든요. 그 과정이 힘들지만 그게 나를 굉장히 성숙하게 만든다는 것을 느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이 나를 조금씩 나아지게 하고, 예전보다 좀 더 괜찮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어요. 배역이 나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죠. 전 배우를 안 하면 엄청 게으르게 살았을 거에요(웃음). 연기가 절 부지런하게 만드는 유일한 일이죠."
'배우로 태어났지만, 조금 부족한 배우라 노력을 많이 해야하는'이라고 객관적으로 자평하는 차은재다. 새로운 회사에서 연기자로서 제 2막을 연 그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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