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김재원이 폭발했다. 인조(김재원 분)가 매일 문안인사와 함께 충언을 하는 정명공주(이연희 분)의 올곧은 기에 눌려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이 공개되며 한여름 밤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정'(극본 김이영, 연출 최정규) 31회는 인조와 정명의 치열한 대립이 펼쳐졌다. 정명은 인조가 하사한 땅에 백성들이 세금 없이 경작하게 허락해 인조의 분노를 샀다. 아울러 김자점(조민기 분)과 조여정(김민서 분)의 견제로 정명공주와 인조의 정면대결이 시작되면서 흥미진진한 전개가 펼쳐졌다.
인조는 꿈에서 '너는 언젠가 이 땅에 가장 뼈아픈 패배를 안겨줄 것이며 너는 이 땅에 어둠을 줄 것이니 훗날 너는 지금 이 순간보다 더한 고통과 모멸을 얻게 될 거야'라고 말하는 광해와 '공주마마를 살려주시옵소서'라고 울부짖는 백성들의 목소리 '당신은 끝내 누구의 인정도 받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을 이 땅에 가장 패악한 군주로 기억할 것입니다'라는 정명의 목소리까지 들으며 연신 초조하고 불안한 악몽에 시달렸다.
이튿날에도 어김없이 정명이 문우와 함께 충언을 하자 비스듬히 앉은 채로 뜨거운 차를 떨어뜨리며 "공주 너가 어명을 내리던가. 내가 너보다 백성을 보살피지 못하는 거 같거든. 이 어좌도 너가 가지면 되겠구나"라며 마치 실성한 사람같이 광기에 휩싸인 인조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걷잡을 수 없는 광기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인조 김재원의 연기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퀭하면서도 안정감 없이 흔들리는 눈동자와 입꼬리를 올리며 초조한듯한 입술, 비야냥과 자기연민을 보이는 불안한 심리상태 등 분노와 울분을 드러낸 5분의 광기연기는 역대급 장면을 탄생시켰다.
'살인미소'라는 닉네임을 지녔던 김재원이 '히스레저 인조'이 되는 순간이었다. 첫 등장부터 천연덕스러운 진상 행동과 왕이 되기 위해 자존심 따위는 팽개친 능양군으로 분하며 무려 7kg이나 감량 하며 날카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는 등 철저한 준비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왕이 된 이후에도 광해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끊임없는 불안과 초조 속에서 지내는 인조의 모습을 선보이며 연일 시선을 강탈하고 있다. 이 같은 철저한 준비와 온몸을 내어 던진 열연은 시즌2를 시작한 '화정'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화정'은 혼돈의 조선시대 정치판의 권력욕과 이에 대항하여 개인적인 원한을 딛고 연대하는 광해와 정명 그리고 인조 정권하에서 그 욕망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는 정명의 이야기를 그린다. 매주 월, 화 오후 10시 방송./ purplish@osen.co.kr
'화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