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가 걸그룹 여름 대전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예정인 가운데, 확 달라져 컴백하는 이들은 걸그룹이 갖는 생명력이란 부분에서도 의미하는 바가 있어 보인다.
원더걸스는 내달 3일 정규 3집 앨범 '리부트(REBOOT)'로 돌아온다. 공개된 이미지 속 원더걸스는 복고풍을 연상케 하는 검은색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요염한 포즈를 보이며 섹시한 비주얼을 뽐내고 있다. 헤어, 메이크업 등 전체적인 느낌은 원더걸스의 전매특허 복고풍. 실제로 이번 앨범은 80년대의 레트로 풍 음악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부트'는 80년대의 'freestyle', 'retro pop', 'retro dance', 'slow jam' 등 그녀들만의 스타일과 사운드로 재해석, 과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트랙들로 담아냈다는 전언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밴드. 베이스 선미, 드럼 유빈, 기타 혜림, 키보드 예은 등으로 이들은 밴드로 탈바꿈했다. 이렇게 원더걸스는 가요계에서 획기적인 방법으로 걸그룹의 생명력을 연장했다. 걸그룹이 아닌 걸밴드로 단순한 콘셉트가 아닌 정체성을 바꾼 것이다. 물론 정통 밴드는 아니지만,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던 이들이 악기를 하나씩 맡아 연주한다는 것은 단순한 변화 이상의 것이다.
하지만 태생부터 밴드가 아니라는 약점(?)은 오히려 이들이 당초 예쁜 걸그룹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커버한다. 공개된 이미지에서 이들은 섹시한 이미지로 어필한다. 수영복 같은 블랙 의상과 붉은 립스틱, 스모키 화장을 하고 있는 이들은 악기마저도 섹시하게 만든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은 자신의 SNS에 "이렇게 섹시한 드러머 보신 적 있나요"라고 유빈은 소개하며 원더걸스가 밴드로 바꼈지만 '섹시한 밴드'라는 사실을 알렸던 바다.
가요계에서 아이돌 그룹의 수명은 보통 5년 정도로 본다. 그 중 걸그룹의 생명력은 보이그룹보다 짧다고 여기는 것이 보통. 말그대로 멤버들이 시간이 흘러 '걸'을 벗어나면서부터는 예전의 콘셉트를 고수하기 힘들고, 할 수 있는 것들에 한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2007년 싱글 앨범 'The wonder begins'로 데뷔한 원더걸스는 데뷔 9년차. 이미 그 수명을 훌쩍 넘었다. 물론 이 세월에 빼곡하게 활동을 한 것은 아니나 그 타이틀을 유지하면서도 '걸그룹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두려움 없이 보여주는 것에는 남달라보인다.
걸그룹 이미지는 크게 청순과 섹시 두 방향 안에서 만들어지는데, 원더걸스는 '레트로'라는 특정 콘셉트를 만들어냈다. 스쿨룩으로 시작했지만 이들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복고다. 크게 레트로 안에서 귀여운 여성, 강한 여성, 농염한 여성 등을 표현해온 것. '텔미'는 복고 콘셉트의 한국적 대중화를 보여줬고 '노바디'에서는 60~70년대 모타운을 상시시키는 음악, 안무, 의상 등을 재해석했다. 때로는 친근한 현실 여자친구 같다가도 한순간 넘사벽 카리스마 그룹으로 바뀌었다.
걸그룹의 색깔 변화를 보면 보통 청순에서 섹시, 그 안의 다양한 변주, 그리고 최종적으로 '실력파'로 어필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원더걸스 멤버들도 뮤지션의 단계에 와 있다. 실제로 예은은 '핫펠트'란 예명으로 개별 활동을 할 때 음악에 대한 보다 깊은 접근을 보여줬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타이틀곡을 제외한 전 수록 곡을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을 내세운다.
더불어 원더걸스는 사실 가요계에서 초유의 경험들을 한 독특한 걸그룹이기도 하다. 멤버 탈퇴, 교체는 물론이고 나갔던 멤버가 다시 들어왔다. 한국에서 정점이라고 할 만한 시점에 돌연 외국으로 나가 해외활동을 펼쳤고, 걸그룹 사상 최초로 활동하는 멤버가 결혼을 했다. 정체와 부침, 변화와 성장 등을 모두 겪은 걸그룹이 이 같이 긴 수명을 유지하며 대중에게 여전히 호기심을 자아낸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nyc@osen.co.kr
JYP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