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tvN 새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의 홍설 역에 배우 김고은이 낙점됐다. 그 과정이 여느 캐스팅과 다른 구석이 상당했지만, '누군가' 마음을 바꿔먹지만 않는다면 김고은은 아마 홍설로 올해 10월 중순께 안방극장 시청자를 만나게 된다.
원작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만들어질 때마다, 특히 그 원작의 인기로 인해 두터운 팬층이 형성됐을 때는 늘 캐스팅에 잡음이 일기 마련이다. 원작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따지는 이들, 배우의 연기력은 운운하는 이들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치즈인더트랩'의 경우에는 그 간섭이 도를 넘어선다 하여 '치어머니'(치즈인더트랩+시어머니)라는 단어까지 생성됐다. 이는 지나친 간섭을 비꼬는 용어다.
불행 중 다행으로 김고은의 홍설 역 낙점에는 상당수가 나름의 '긍정론'을 내놓았다. 앞서 언급했던 '싱크로율'이나 '연기력' 면에서 그다지 흠잡을 구석이 없기 때문에서다. 그 덕분에 앞서 수지가 홍설 역으로 거론됐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정작 업계 관계자들의 현실적인 걱정은 이제부터다. 영화 '은교'를 시작으로 '몬스터', '차이나타운', 그리고 곧 개봉할 '협녀, 칼의 기억'까지 굵직한 배우들과의 호흡에도 그 존재감을 발휘했던 김고은이 스크린을 벗어나 TV화면에서 얼마만큼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종종 영화에서 인정받은 신예들이 TV로 넘어와 매체 차이의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결국 다시 스크린으로 되돌아가거나, 아니면 적나라하게 드러난 연기력으로 적잖은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김고은에게 보내는 일부 우려섞인 시선은 다 이런 연유에서다.
게다가 멜로를 위주로 한 작품 자체도 익숙지 않다. 신비감에 휘감겼거나, 삶의 구석에 쳐박혔거나, 뭔가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린 캐릭터를 주로 소화했던 김고은이 이번 로코물을 얼마만큼 자기옷처럼 받아들일지도 여전히 물음표다. 어쩌면 그 때문에 김고은 스스로는 역으로 그렇게 멜로물 출연을 간절하게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김고은의 이번 결정은 '모 아니면 도'가 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드라마의 흥행으로 대중성까지 겸비한 20대 대체불가한 스타 배우로 떠오르게 되거나, 아니면 여느 스크린 배우처럼 연기력이 들통나 지금껏 오른 주가를 모두 잃어버리거나…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결과가 결국엔 김고은 자신에게 달렸다는 사실이다"는 게 그 이유였다.
더욱이 '치즈인더트랩'은 김고은 만큼이나 연출을 맡은 이윤정 감독에게도 중요한 작품이자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전히 대표작으로 MBC 시절의 '커피프린스'를 안고 있는 이 감독이 앞서 tvN과 첫 호흡했던 '하트 투 하트'의 1%대 시청률의 쓰디쓴 실패를 딛고, 김고은과 함께 '치즈인더트랩'으로 비상할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gat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