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동욱과 코미디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MBC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2007)이나 영화 ‘국가대표’(2009)에서처럼 발랄한 캐릭터로 사랑을 받았고, 영화 ‘후궁:제왕의 첩’(2012)처럼 진중한 연기로 호평 받기도 했다. 연기의 스펙트럼이 꽤 넓은 그이지만, 거침없이 망가지는 코미디는 어쩐지 낯설다. 그런 면에서 영화 ‘쓰리 썸머 나잇’은 김동욱에게 새로운 시도였다.
‘쓰리 썸머 나잇’은 목표가 뚜렷한 영화다. 오로지 재미다. 설정부터 황당하다. 고교 시절 영웅을 꿈꾸던 절친 3인방은 30대에 들어 ‘잉여’로 전락하고, 술기운에 부산으로 향한다. 만취한 그 다음날이면 항상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김동욱(명석 역), 임원희(달수 역) 손호준(해구 역) 등 세 사람의 캐릭터는 극중 맡은 바가 분명하다. 손호준이 대사로, 임원희가 행동으로 화장실 유머를 구현한다면, 김동욱은 코미디와 드라마의 경계에서 한 인물의 성장을 보여준다.
“3명 중에 가장 애매한 캐릭터다. 그렇다고 해서 돋보이게 무언가를 계속해서 하려고 한다면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사건이 벌어지면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주어진 역할이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덜 망가지고, 덜 웃기긴 했다. 또 코미디를 한다면, 마음껏 망가지고 싶다. 코미디라는 장르는 참 매력적이다. 같이 하는 배우들과 호흡이 중요한데, 상대 배우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또 내 연기를 보고 누군가 즐거워 한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동시에 ‘쓰리 썸머 나잇’은 “새로운 방식의 작업”이었다. 예전에는 더 많은 것을 생각하려고 노력했다면, 이번에는 그 반대였다. 되도록 기존의 틀을 깨버리려고 했다. “왜?”라는 질문을 달고 살았던 그는 이번에는 “이럴 수도 있구나”라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명석과 일부분 닮은 부분도 있었다. 영화 초반에는 명석과 친구들의 고교시절이 그려지는데, 그 대목에서 김동욱을 반가움을 느꼈다. 김동욱은 “명석처럼 정의의 사도가 되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동성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신감 있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고교 시절 나와 닮아 있다”고 말했다.
30대의 명석이 그러하듯, 그 또한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 2004년 영화 ‘순흔’으로 데뷔해 무탈하게 흘러왔지만, 그는 지난 11년에 대해 “연기를 포기하고 싶은 때도 굉장히 많았다”고 말했다.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연기에 대해 고민했다. 친구들이 너무 잘하더라. 그때 내린 답은 ‘졸업은 하자’였다. 그 목표를 이루려고 하다보니까 뭔가 또 길이 생기더라. 힘든 작품을 만나면 ‘이 작품만 끝내자’고 마음먹었다. 막상 작품이 끝나고 나면 연기의 새로운 매력을 깨닫는다. 그렇게 버텼다. 가까운 목표들과 싸우면서 어떤 실마리들이 찾았다.”
차분하고 신중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쓰리 썸머 나잇’의 유쾌한 명석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늘 진지한 스타일은 아니”라며 “말을 재미있게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 재미있는 소재나 이야기가 나오면 순발력 있게 받아치는 걸 잘 한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5월 전역 이후 JTBC 드라마 ‘하녀들’, 영화 ‘쓰리 썸머 나잇’ 등 종횡무진한 김동욱은 이제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오는 8월 25일 막이 오르는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다. 그는 그렇게 또 삶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jay@osen.co.kr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