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사회’, 망할 줄 알았니? 통쾌한 반란 [종영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7.29 06: 51

‘상류사회’는 뻔한 재벌가의 사랑과 복수를 다룬 이야기가 아니었다. 통속 드라마에서 단골 소재인 재벌을 다루면서도 청춘의 사랑과 성장에 집중했다. 배경만 진부했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톡톡 튀고 현실적이었다. 첫 방송 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조용히 출발한 이 드라마는 한때 시청률 1위까지 차지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28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는 재벌의 딸이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이 신분을 숨기고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우리가 숱하게 봤던 드라마 속 이야기였다. 지극히도 통속적인 전개가 예상됐지만,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따뜻한 말 한마디’의 성공을 이끈 하명희 작가는 역시나 노련한 돌직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전개지만 뻔하지 않고 흥미롭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작가였다.
이번 ‘상류사회’ 역시 직설적이고 공감이 가는 대사로 진부한 소재도 흥미롭게 만들었다. 이 같은 전형성에 공감이 덧칠해지니 파괴력이 생겼다. 뻔하고 쉬운데, 그래서 편안하고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였다. 하명희 작가 특유의 시원시원한 말투를 비롯한 핵심을 콕 찌르는 화법은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드라마는 초반부터 빠른 속도감을 보였다. 이야기가 직설적으로 풀리니 몰입도는 높았다.

하명희 작가가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비법이기도 했다. 흡인력 높은 이야기는 한 수 빠른 전개 방식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진짜 사랑을 알고 진짜 성장을 아는 청춘의 모습이었다. 갈등 속에 복수를 하는 전개가 아니라 소통을 통해 발전하는 모습, 지금 이 순간도 좌절하고 있는 청춘에게 바치는 위로이자 성장 보고서였다. 
 
이야기가 재밌고, 이를 풀어가는 최영훈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 덕에 ‘상류사회’는 좋은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성준과 유이, 박형식과 임지연의 보이지 않는 신분 차이가 있는 아슬아슬한 사랑이 재미를 선사했다. 극중 인물들은 모두 각기 다른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욕망의 충돌은 인물간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청춘 남녀 4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배우들의 연기도 빛을 발했다.
'상류사회'를 통해 지상파 평일 드라마 첫 주연으로 발탁된 유이. 그는 감정의 변화가 큰 장윤하를 연기하며 이야기의 개연성을 높였다. 휘몰아치는 감정 연기로 재벌의 딸로서 진정한 사랑과 독립을 꿈꾸는 윤하의 고뇌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매 작품마다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유이는 전작에 비해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카리스마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준은 올해 '하이드 지킬 나'에 이어 '상류사회'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존재감을 높였다. '하이드 지킬 나'에서 소름 끼치는 악역을 연기했던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는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강해 스스로 상처를 입는 개천의 용인 최준기를 표현했다. 전작에서 악독한 면모를 연기했던 성준은 '상류사회'에서 최준기로 다시 탈바꿈을 했다. 데뷔 초 부족한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던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한층 발전된 감정 표현력을 보여줬다.
주인공이 아니어도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것, 박형식이 증명했다. 박형식은 이 드라마에서 섹시한 카리스마가 있는 유창수를 연기했다. 이지이(임지연 분)를 만나면서 진짜 사랑을 깨닫게 되는 변화무쌍한 인물. 박형식은 깊은 감정 연기로 '박형식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어?'라는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주로 가벼운 인물을 연기했던 그가 '상류사회'에서 진중한 면모까지 뽐내며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단단히 훔쳤다.
임지연은 스크린에서 강렬한 노출 연기를 잊게 만들었다. 데뷔 후 주로 신비로운 인물을 연기했던 그가 이번 드라마에서는 '인간 비타민'으로 변신했다. 통통 튀는 발랄한 매력을 표현한 그는 박형식과 함께 큰 주목을 받으며 '안방 샛별'로 떠올랐다. 시청자들은 '상류사회'를 통해 임지연이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지어지는 사랑스러운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그가 사랑에 우는 연기는 흡인력이 높았다.
한편 이날 '상류사회'는 신분의 차이가 있었던 준기와 윤하, 창수와 지이가 모두 행복한 사랑을 이루며 마무리됐다. '상류사회' 후속작인 '미세스캅'은 다음 달 3일 첫 방송된다. 배우 김희애가 주연을 맡은 이 드라마는 경찰로는 백점, 엄마로선 빵점인 형사 아줌마의 활약을 통해 대한민국 워킹맘의 위대함과 애환을 보여줄 예정이다. / jmpyo@osen.co.kr
‘상류사회’ 방송화면 캡처,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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