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식과 임지연이 다시 보인다.
박형식과 임지연이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극본 하명희, 연출 최영훈)에서 환상적인 호흡으로 제대로 된 로맨스의 힘을 발휘했다. 시작은 조연이었지만 끝은 주연 못지 않은 창대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지난 28일 방송된 '상류사회' 마지막 회에서 이별을 고민하던 유창수(박형식 분)와 이지이(임지연 분)가 결혼에 골인하며 행복한 가정을 이룬 모습이 그려졌다.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로지 사랑만을 바라본 창수의 용기였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은 로맨스 드라마가 주는 가장 기본적인 재미다. 그 동안의 모든 갈등과 아픔이 오직 행복한 결말을 위한 준비였다는 점에서 '상류사회'는 가장 아름다운 결말로 마무리됐다.
창수의 어머니는 아들과 지이가 하늘과 땅만큼 벌어진 격차 때문에 교제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여느 드라마에서 보듯 부잣집 남자의 어머니가 가난한 여자를 찾아가 '우리 아들과 헤어져 달라'는 모습도 등장했다. 누가 봐도 진부한 장면이지만 '상류사회'에서 그려진 모습은 왠지 색달랐다. 푼수끼가 넘치는 창수의 어머니와 그에 기죽지 않는 지이의 밀고 당기는 대화가 적절한 재미를 안겼기 때문이다.
아들의 사랑보다 자신의 체면을 중시했던 창수의 어머니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을 입증하듯 아들의 편에 서기로 결정했다. 지이를 찾아가 이별을 종용했었던 그녀는 "반대하면 창수가 너에게 더 집착할 것 같다"는 말로 지이와의 결혼을 허락했다. 지이는 말로는 "만나지 않겠다. 어차피 격차가 심해 헤어지게 될 것 같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누구보다 그를 원하고 있었다.
지이는 자신의 옥탑방으로 찾아와 프러포즈를 하는 창수를 받아들였다. 이날 창수는 지이에게 "우리 오늘을 살자. 사람들은 우리에게 헤어질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난 너하고 잘 살고 싶다"고 청혼했다. 화면이 바뀌면서 지이가 배가 부른 모습이 나와 이들이 결혼에 골인했음을 알 수 있게 만들었다.
흔하디 흔한 재벌의 등장에도 '상류사회'가 재미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원치 않던 이별에 눈물을 쏟았던 창수와 지이는 솔직한 말과 애정 표현으로 연애의 기쁨을 표출했다. 결국 두 사람이 결혼하면서 보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기쁨을 안긴 것이다. 작가는 재벌가 자재와 사랑에 빠진다는 판타지가 거북스럽지 않게, 20대 남녀의 알콩달콩한 로맨스로 적절하게 풀어냈다.
어느 일 하나 본인의 힘으로 해낸 적 없던 '모태 재벌남' 유창수를 박형식이 맛깔나게 살렸다. 막내 동생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수컷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나쁜 남자 캐릭터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박형식은 '야망 창수'에서 '사랑꾼 창수'로 변모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달달한 눈빛과 설렘이 섞인 중저음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시청자들이 유창수 역할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박형식은 아이돌 출신이라는 사실을 잊고 배우 박형식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활약을 펼쳤다.
박형식과 함께 '상류사회'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임지연도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서 한 계단 상승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가난하지만 긍정적인 지이는 임지연이 아니면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녹아든 모습이었다. 영화 '인간중독'과 '간신'을 통해 섹시한 매력만을 드러내왔기 때문에 안방극장에서 발랄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컸다. 임지연은 자신을 향한 걱정 어린 시선을 덮고, 밝은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하며 발전 가능성 있는 배우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창수와 지이의 로맨스가 흥미있게 다가온 이유는 본인만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해석해 낸 박형식과 임지연의 공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아이돌 가수에서 배우로 성장하고 있는 박형식과 영화 속 섹시한 이미지를 지우고 다른 옷을 입은 임지연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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