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유아인, 청춘 스타의 영역 확장 [인터뷰①]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7.30 08: 17

배우 유아인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반항'이다. 그의 출세작들을 떠올리면, 그의 캐릭터들은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KBS 2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2011)의 문재신이, 영화 '완득이'(2011)의 도완득이 그랬다. JTBC 드라마 '밀회'(2014)의 이선재 역시 제도권에서 벗어난 사랑에 강렬히 사로잡혔다. 그럼에도 그들은 모두 선한 의지를 지닌 인물들이었고, 유아인의 '반항'은 '순수'로 치환될 수 있었다.
5일 개봉하는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 제작 외유내강)의 재벌3세 조태오는 정반대에 서 있는 인물이다. 오로지 순간적인 재미를 위해 움직인다. 아버지 등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안하무인이다. "어린아이가 벌레를 괴롭히듯" 아무 생각 없이 타인을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한다. 그가 임금 체납으로 1인 시위를 하던 배 기사(정웅인)를 상대로 잔인한 행각을 벌이는 이유도 특별히 없다. 그로인해 조태오는 광역수사대 서도철(황정민)의 타깃이 된다.
첫 악역 도전이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광기와 천진을 넘나드는 얄미운 악역으로서,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는 반응이다. 그가 얼마나 역할에 몰입했는지, 제작진들은 촬영현장에서 그를 "'명존쎄'(명치를 세게 때리고 싶다는 뜻의 은어)'하고 싶었다"고. 유아인의 성공적인 악역 도전기에 대해 들어봤다.

=재작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류승완 감독이 캐스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독님은 당시 조심스럽게 제안하셨다. 제 입장에서는 감독님의 말씀이니 다 좋았다. 함께 작업하면서 작업 방식에 감탄했다. 기회가 된다면 또 같이 하고 싶다. 우선 촬영 현장이 굉장히 밝다. 지금 놀고 있는지, 촬영을 하는지 싶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다들 칼날 같은 촉을 놓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심하게 끙끙 앓지 않고 유쾌함 속에서 자기가 할 일을 제대로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정말 프로의 세계였다."
=지난 21일 언론시사를 통해 '베테랑'이 공개된 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감개무량하다.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좋은 말씀에 안도하면서, '이건 감독님 덕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연기했지만, 그런 캐릭터를 창조한 분은 감독님이다. 연기를 하면서 헤맨 부분이 있지만, 감독님이 그런 부분들을 잘 깎아서 좋은 것만 쏙 남겨주셨다. 업고 춤추고 싶다. 언론시사가 끝나고 감독님에게 하트 이모티콘을 보냈다."
=고난도 액션신도 나오는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여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장면이 쉽지 않더라. 남자 선배들과의 액션신보다 더 조심스러웠다. 뻔뻔해져야 했다. 여자를 때리거나 아이에게 잔인하게 구는 장면은 조태오의 악함을 극대화시킨다. 후반 유인영 씨와의 장면에서는 나 스스로 보기가 힘들었다. 관객 입장에서 몰입해서 볼 정도였다."
=유인영과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나.
"그렇다. 처음 만나서 막 대하는 장면을 찍었다. 같이 나오는 박소담씨도 혼란스러웠을 거다. 촬영 순서로는 첫 상업영화의 첫 촬영이었는데 말이다. 두 사람 모두 부담 갖지 말고 마음껏 하라고 했다. 정말 고마웠다. 엄태구 형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스파링 장면을 촬영 중 실제로 한 번 얼굴을 때렸다. 뒤돌아서 치는 장면에서, 거리 조절을 잘못했다. 아역배우에게도 그렇고…. 죄송한 분이 많은 작품이다. (웃음)"
=그렇다고 영화에서 악역인 조태오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그가 어떤 이유로 그렇게 삐뚤어졌는지 이야기하기 보다, 그냥 '나쁜 놈'으로 그려진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톤앤무드가 있다. 조태오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을 설명하지 하지 않는다. 인물들이 처한 환경을 보여주거나, 디테일이나 분위기로 인물들이 왜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됐을까 추측을 하게 만든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세련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악역에 대해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있고, 어쩔 수 없이 악인이 됐다는 식이다. 그러나 조태오는 깊숙이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아버지 조 회장(송창의)이 조태오를 대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조 회장 조태오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데, 그 장면에서 왜 조태오가 괴물이 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류승완 감독이 주문한 조태오의 주안점이 있나.
"아이가 벌레를 괴롭히듯이 별 생각 없이 나쁜 행동을 하는 것으로 표현되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것이 천진함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이 아예 없는 거다. 보통 사람들이 가진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인물이다. 오로지 강자인 아버지 조회장과 경쟁상대인 형과 누나만 의식할 뿐, 나머지는 안하무인이다."
=전작인 JTBC '밀회'와 '베테랑' 촬영 기간이 일부분 겹쳤다. 선한 역과 악한 역을 번갈아 오갔어야 했는데, 어땠나.
"선한 역은 편하고, 악역은 재미있다. '밀회'의 선재와 '베테랑'의 조태오는 천사와 악마로 나뉠 만큼, 두 캐릭터는 극과 극이었다. 둘 다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둘 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선재를 연기할 때는 굉장히 편했다. 늘 해오던, 좋아하는 연기 스타일이었다. 그런 연기를 할 때는 대본을 한 번 이상 보지 않는다. 연습할수록 때가 묻어나서 그렇다. 반면 조태오는 너무 어려웠다. 첫 악역 도전이지 않았나. 치말하고 세밀하게 접근했다. '밀회' 중반부를 촬영하던 시기에 '베테랑' 현장에 투입됐다. 선재 캐릭터에 몰입한 상황에서 조태오로 넘어가니까 처음엔 덜컹덜컹했다. 숨기려고 많이 애썼다. '베테랑'에 먼저 캐스팅되고, '밀회'가 캐스팅됐기 때문에 '베테랑' 쪽에 누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집중 못해서 어설프게 연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됐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했다. 극과 극을 오가는 게 짜릿하고 재미있었다."
=그동안 주로 풋풋한 역할을 맡는 청춘스타였다. '베테랑'으로 청춘스타가 끝나는 것은 아닌지. (웃음)
"고분고분하고 여리여리해 이지 않지 않나. 반항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조태오를 선택한 부분도 있다. 일반시사 반응을 보니 여성분들이 그렇게 나를 싫어하지는 않으시더라. 요즘에는 배우와 역할을 혼동해서 돌멩이를 던지지 않으니까, 유아인이 '저렇게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구나'라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
=언제까지 청춘스타로 남고 싶나.
"가능한 오래도록 그런 이미지로 남고 싶다. 20대에는 빨리 나이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점점 시간이 아깝다. 언제까지 청춘일 수 있을까 생각하면, 교복도 또 입어보고 싶다. 예전에는 괜히 모난 마음에 20~30대 배우가 교복을 입으면 괜히 '왜 입을까' 했는데, 이제는 교복이 입고 싶다. 그것이 배우의 특권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 '스물'을 보면서 부러웠다.  무거운 역을 많이 했는데, 밝고 유쾌한 애들 이야기를 하고 싶다." /jay@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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