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영웅의 얼리버드]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귀엽고 예쁘장한 외모에 원곡보다 중독적인 분위기로 만들어내는 감미로운 목소리까지.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 합격을 받아낸 '슈퍼스타K'에서의 유승우는 또 다른 '연하남'의 등장이었다. 자신의 몸을 반 이상 가린 채 기타를 연주하던 열일곱 소년은 이제 의젓한 청년의 나이가 되어 사랑노래를 부른다. 유승우의 신곡 '예뻐서'는 소년에서 청년이 된 그를 꼭 닮은, 설익어서 더욱 솔직한 스무살의 사랑노래다.
스무살. 풋풋함과 성숙함의 경계는 노래에도 잘 녹아있다. '우리 사랑이 시작된 날 수줍게 멈추는 모든 순간 이게 사랑인가봐'라는 수줍은 마음과 '내가 본 모든 것 중에서 니가 제일 예쁘다'는 직설적인 화법이 묘하게 어울린다. 애타게 사랑을 표현하고 눈물쏟는 이별을 부르지 않아도 은근하게 드러나는 그 나이 때만의 감정 표현이다.
전체적으로 기존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변화를 줬다. 제법 남자다워진 겉모습이 다소 낯설더라도 음악은 친절하다. 분신처럼 여기던 기타를 내려놓은 것도 오롯이 목소리만을 들려주고자 한 시도. 실제로 예전의 앳된 목소리는 무게감 있게 전달돼 진정성 있게 들린다. 귀여운 연하남 느낌은 여전해도 마냥 동생 같지만은 않다.
이는 '누난 너무 예쁘다'고 한 샤이니보다는 성숙하고, '누난 내 여자'라고 강하게 어필하던 이승기보단 수줍다. 남자로는 절대 느껴본 적 없는 동생이 어느덧 성장해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그런 경계의 사랑이다. 마냥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어도 가끔은 듬직하게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남자로 말이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가수에게 '이미지'는 중요하다. 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더욱 조심스럽다. 과도기에만 보여줄 수 있는 매력도 분명 존재하지만 적정선을 유지하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동생'으로 불리다가도 잘못된 자기관리로 이미지 변신에 실패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유승우는 그러한 과정을 자연스럽게 극복한 듯 보인다. 아직 대중의 눈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석봉아'를 부르던 밀키보이의 모습이 선하겠지만, 그 또한 스스로 이겨내야 할 숙제다. 유승우는 그동안 지극히 10대의 이야기를 해왔다. 포크뮤직 안에서 예쁜 멜로디를 편안하고 따뜻한 음색으로 빚어내는 솜씨, 노래를 더욱 매끄럽게 하는 부드러운 음색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동안 10대의 나이에 다양한 주제로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유승우는 쇼케이스에서 "성인이 되면 음악적으로 성숙한, 조금 끈적한 노랫말도 쓸 수 있고 많은 변화를 꾀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살짝 쳐져 선해보이는 눈빛에 어눌한 말투는 여전하지만 감정의 깊이 만큼은 분명 달라졌다. 이젠 나이에 걸맞는 진솔한 음악을 들려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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