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을 통해 큰 인기를 끈 정현민 작가와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드라마로 데뷔한 정재영의 의기투합으로 화제를 모은 kBS 2TV 수목드라마 '어셈블리'가 호평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정현민 작가의 송곳대사와 정재영의 메소드급 연기로 높은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반응에도, 5%대 시청률에 발이 묶였다.
'어셈블리'는 국회 정책보좌관 출신 정현민 작가가 대본을 집필해 기획 단계부터 큰 관심을 끈 바 있다. 지난해 '정도전'을 집필해 2014 KBS 연기대상 작가상, 제7회 코리아드라마어워즈 작가상, 제41회 한국방송대상 작가상 등을 수상하는 등 필력을 인정받은 정현민 작가는 그 이름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어냈던 것. 이에 호흡이 긴 정통 사극에서 놀라운 저력을 발휘했던 정현민 작가의 현대 정치극이 안방극장 정치극 잔혹사를 끊고 순항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초반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지난 29일 방송된 '어셈블리' 5회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 5.0%를 기록했다. 1회는 5.2%, 2회는 4.7%, 3회는 5.2%, 4회는 4.9% 등으로 시청률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 정치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낮은 가운데서 호기롭게 출발한 이 드라마는 '정도전'의 후광에 휴먼 정치드라마라는 장르로 시선몰이를 노렸으나 극 초반 시청률은 요지부동이다.
'어셈블리'는 횡포에 짓밟힌 노동자 진상필(정재영 분)부터 해고 당해보는 게 소원인 20대 청년 김규환(옥택연 분)까지 다양한 인물이 국회에 입성해 펼쳐나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려내는 중. 빠른 리듬감을 유지하는 배우들의 명연기로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SBS 치정 멜로 '가면'과 MBC 판타지 사극 '밤을 걷는 선비'가 동시간대 1,2위를 달리는 가운데, '어셈블리'가 입소문을 타고 역전의 기회를 잡을지 관심을 끈다.
그간 안방극장을 찾았던 현대 정치극은 신통치 않은 시청률로 씁쓸하게 퇴장한 바 있다. '총리와 나', '내 연애의 모든 것' 등 정치극에 로맨스 장르를 접목한 드라마들은 연애와 정치 이야기 가운데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던 것. 이범수와 소녀시대 윤아 등이 출연했던 KBS 2TV '총리와 나'는 '업무 100점, 육아 0점'인 총리 가족에게 크리스마스의 선물처럼 엄마가 오면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20살 나이 차가 나는 이범수와 윤아 커플의 케미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총리와 나'는 빈약한 갈등 구조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며 6%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신하균과 이민정이 출연했던 SBS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정치적 신념이 다른 상황에서 서로 다른 정당에 소속돼 있는 남녀 국회의원의 비밀 연애를 코믹하게 그렸다. 이 드라마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치열한 모습에서 발휘되는 두 배우의 케미로 시청자를 유혹했지만, 4%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정치극이라기 보다는 다시 한 번 보면 좋을 '봄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남기는 것으로 체면을 지켰다.
2011년 2월 종영한 KBS 2TV '프레지던트'는 '어셈블리' 정현민 작가가 집필했던 작품. 이 드라마는 주인공 장일준의 경선과정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 이야기를 그린 정치 드라마로 카와구치 카이지(Kawaguchi Kaiji)의 '이글(Eagle)'을 원작으로했다. 정치와 가족 이야기를 병행해 안방극장을 노렸으나, 동시간대 경쟁작 SBS '싸인'과 MBC '마이 프린세스'의 위력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다.
이처럼 기존에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던 정치드라마와 노선을 달리한 '어셈블리'는 '휴먼'에 포인트를 두고, 사람 냄새 나는 정치드라마를 완성해나가고 있지만, 정치극 마니아층과 기존 시청자 모두에게 아직 만족감을 안기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을 얻고 있어, '어셈블리'가 시청률 잔혹사를 끊어낼 수 있을지 지켜보게 한다. /jykwon@osen.co.kr
'어셈블리', '프레지던트', '총리와 나', '내 연애의 모든 것'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