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이 독주 체제를 이어나가고 있다. 개봉 이후 연일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폭풍같은 기세로 질주 중인 '암살'은 충무로 대표 이야기꾼 최동훈 감독의 스토리텔링과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극 중 안옥윤 역을 맡은 전지현의 역할을 빼놓으면 섭섭할 것이다. 신념 있는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을 맡은 전지현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맡은 친일파 암살 작전을 수행해 나가려 노력하는 안옥윤을 절절하게 표현해냈다. "이렇게라도 알려야지. 우리가 계속 싸우고 있다는 걸"이라는 명대사까지 남기며 '암살' 흥행 돌풍의 제 몫을 톡톡히 해내가고 있다.
'베를린'을 관람한 관객이라면 전지현표 안옥윤이 어느 정도 눈에 익을 테지만,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혹은 예전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더 익숙한 이들이라면 안옥윤이 낯설 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별에서 온 그대' 속 천송이 역할로 국내는 물론 중국까지 들썩이게 만든 그였으니, 무뚝뚝하고 남자 같은 전지현의 모습이 생소할터.
실제론 천송이의 성격에 더 가깝다는 전지현은 연기하기엔 안옥윤이 더 편하다고 했다.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인물을 연기하면 헷갈린단다. 자신이 지금 천송이를 그리는 건지, 아니면 전지현 본인을 드러내보이는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고 했다. 때문에 '암살' 연기가 더 편했다며 웃어보인 그다.
다음은 전지현과의 일문일답.
- 출연 이유가 있다면.
▲ 최동훈 감독 영화라서 했다. '도둑들'을 촬영하고 나서 정말로 좋았거든. 내가 현장에서 작은 감정이 들면 그걸 감독님이 캐치를 하더라. 그런 작업은 처음이었다. 그런 점에서 희열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감독님이랑 계속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다. 그리고 감독님 영화에는 여러가지 특징이 있겠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캐릭터가 굉장히 강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항상 좋은 배우들이 붙는 이유도 캐릭터마다 색깔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액션은 힘들지 않았나.
▲ 총이 쉽지 않더라. 옛날 총 그대로 연습을 했다. 몸에 익숙한게 우선이었던 것 같고 현장 초반에는 가짜 총을 만들어 주셔서 그걸 들고 뛰는 장면도 많았다. 그런데 그걸 들고 뛰면 아마추어적인 모습들이 나올 때가 있더라. 그리고 가짜 티가 난다고 진짜 총을 들라고 하더라. 가장 힘들었던건 총이 무거웠던 것이었다. 특히 달리면서 총을 쏘는 것이었다. 그런 훈련을 할 때도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었다.
- 액션에 타고난 끼가 있는 것 같다.
▲ 몸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사진 찍을때나 촬영할 때나 전신이 나오는게 편한 것 같다. 클로즈업이 어색한건 아니지만 전신이 나올 때 많은 걸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운동을 매일하거든. 운동을 하다보니까 몸에 많이 예민한 편인것 같다. 몸에 예민하다보니까 총을 쏘고 있지만 발이 흐트러지면 안되거든. 손끝, 발끝 긴장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운동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 천송이 때는 코믹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엔 없다.
▲ '암살' 안옥윤은 나한테 있어서도 새로운 공기 같은 느낌이었다.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공기를 마시는 느낌으로 연기를 했는데 성격이 개인적으로 밝은 편이다. '엽기적인 그녀'나 '도둑들'의 예니콜,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 등과 개인적으론 비슷하다. 연기할 때 비슷한 성격을 연기하는 건 편한 일은 아니다. 헷갈리거든. 내가 역할을 표현해야 하는데 나를 표현할 때가 있다. 한두번은 좋지만 반복되면 스스로 괴롭다. 그래서 나랑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할 때 편하고 재밌는 것 같다. 철저히 연기할 수 있고 룰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베를린', '암살 ' 등 나랑 다른 성격의 연기할 때가 편안한 느낌이 있다.
- 승부사의 기질이 있는 것도 같다.
▲ 내가 잘할 수 있는건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못하는건 그냥 애초에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래서인가 하나라도 잘하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내는 것 같다.
- '베를린' 커플, 하정우와 재회한 소감은 어떤가.
▲ 하정우가 정말 재밌는 것 같다. 내가 유난히 재밌어 하는진 모르겠다. 너무너무 재밌는 것 같다. 재밌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즐겁지 않나. 현장에선 힘든 일 밖에 없다.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유쾌한 분이 계시니까 옆에 있고 싶고 무슨 이야기를 할까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좋은 상대배우고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호흡이 더 편하고 재밌게 잘 되는 것 같다. 인간관계에서 막 절친은 아니지만 편안한 관계에서 작업을 하다보니까 일 능률도 올라가는 것 같고 좋은 것 같다. / trio88@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