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전대미문의 사건이 완전하게 공개됐다.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자리는 의외의 ‘꿀잼’이 대신 차지했다.
31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에서는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전대미문의 제작발표회 현장의 모습이 공개됐다. 무거운 배경음악과 진지한 편집 대신 비하인드 스토리와 출연진들의 심경고백을 더하며 예능프로그램답게 웃음으로 풀어내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드러나는 듯 했다.
우선 많은 이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던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이날 방송을 통해 공개된 제작발표회 시작 한 시간 전 함께 식사를 하던 조영남과 김수미는 분명 사이 좋은 선후배의 모습이었다. 김수미는 “조영남 선배가 서울대 출신이다. 약깐 똘끼가 있지만 머리는 좋은 분”이라며 조영남을 치켜세웠고, 조영남 역시 싫지 않은 듯 미소 지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사건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발생했다. 제작발표회가 시작되고 김수미는 예상 시청률을 묻는 질문에 "이번 첫 회 시청률은 박명수한테 달렸다고 본다. 물론 최민수·이홍기 팀 때문에도 볼 것이다“라고 입을 뗀 뒤, ”조영남, 이경규 팀은 세 팀 중에 시청점유율이 제일 떨어지고 경고도 제일 많이 받고, 이 커플은 관심이 없다. 본인이 하차 안 해도 제작진이 하차시킬 것"이라며 묵직한 돌직구를 날렸다.
이를 들은 조영남은 "이 나이 되도록 이렇게 모욕적인 발언을 면전 앞에서 들어본 건 처음이다. 이 기회를 통해 이 자리에서 사퇴할 것을 (발표하겠다)"라며 "수미씨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계속 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발끈했다. 김수미는 또한 "후배라고 해도 바른 말 하는 걸 들어줘야 '나를 돌아봐'다“라며 ”나이를 어디로 먹었냐"고 응수했다. 이후의 일은 모두가 알다시피 조영남이 이경규와 PD의 만류에도 행사장을 이탈하며 길었던 제작발표회가 끝이 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간 논란의 중심이었던 제작발표회가 아니다. 이날 방송에서 처음 공개된 제작발표회 한 시간 전의 상황과 조영남과 김수미가 번갈아했던 하차선언을 철회한 후의 촬영 모습이 핵심이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제작발표회에 가려졌던 최민수·이홍기 커플의 케미라던지, 데뷔 35년다운 관록을 자랑하는 이경규의 재치, 김수미가 언급했던 조영남의 ‘똘끼’ 등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하며 ‘꿀잼’을 선사한 것.
이제 제작진도, 시청자도 문제의 ‘제작발표회 사건’은 뒤로한 채 프로그램에 집중할 타이밍이다. 출연자인 조영남·이경규, 김수미·박명수, 최민수·이홍기를 내세운 ‘욱벤져스’ 콘셉트와 이들의 개성 넘치면서도 재미를 잃지 않는 입담은 분명 매력적인 예능적 요소이다. 시작 전부터 달고 있던 ‘잡음’ 꼬리표를 뗀 ‘나를 돌아봐’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나를 돌아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