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삼시세끼' 러브라인, 꼭 필요할까? 나 PD "NO"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5.08.01 10: 41

tvN '삼시세끼 정선편'은 참 독특한 프로다. 강원도 정선의 옥순봉 '세끼집'에 남자 2~3명이 머무르며 텃밭 작물들을 수확해 끼니를 해결하는 게 콘셉트의 전부다. '킨포크 라이프'를 예능에 녹여낸 것.
시끌벅적한 이벤트도 없고, 작위적인 게임도 없다. 그냥 그렇게 가마솥에 쭈그리고 앉아 불을 때고 거기에 밥과 요리에 애를 쓰는 과정의 반복이다. 어떻게 보면 무료할 수 있는 이 화면은 나영석 PD를 위시한 '삼시세끼' 제작진의 재치있는 자막과 편집으로 재미를 부여받는다. 아니, 실상 그런 게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꿈 꿨을 법한' 전원 생활을 느린 호흡으로 보는 그 자체도 의외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반복적인 포맷에 시청자가 익숙해질 것을 우려해 제작진이 투입한 게스트로 분위기 변화를 꾀했다. 다만, 자칫 호스트를 넘어서는 관심이 쏠리거나 러브라인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모습은 '삼시세끼'의 초심을 의심케 해 일부 시청자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물론 이는 '세끼집' 식구들이 읍내에 나가 장을 보는 것처럼, 지루한 일상의 활력소 같은 요소였던 것은 분명하다.

시즌2에서는 유독 이 '로맨스'가 짙어졌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 2~3회 게스트는 옥택연을 설레게 만들었고, 8~9회 김하늘과 10~11회 최지우는 이서진과 '핑크빛'으로 엮였다. 특히 최지우의 경우 이미 '삼시세끼 정선편' 시즌1에 출연해 이서진과 인연을 맺고 '꽃보다 할배'를 통해 해외에서 짐꾼 호흡도 맞췄던 터. 시즌2에서 다시 만나 이서진과 남다른 케미를 보여줬던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두 사람의 방송 속 '케미'가 현실로 이어지길 갈망하기도 하는 눈치다. 물론 이는 온전히 두 사람만의 문제인 게 맞다.
이 점에 대해서는 '삼시세끼'를 연출한 나영석 PD도 고개를 끄덕였다. "난 솔직히 예능에서 억지식으로 엮어내는 러브라인을 정말 싫어한다"고 입을 연 나 PD는 "사람의 사랑은 개인적인 부부이다. 우리가 떠밀지 않아도 알아서들 한다. 젊은 청춘 남녀라면 당연히 두근거림이 있겠지만…이서진씨라면 오히려 진짜 좋다면 티 안내고 조용히 보내고, 번호를 받았지 않았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이어 "남녀간의 로맨스라기 보다는 그냥 두 사람의 '아우라'인 것 같다. 이서진-최지우, 옥택연-박신혜가 그런 경우다. 시청자들이 응원해주는 커플인데, 누가 봐도 어울리고 같이 있는 걸 보면 예쁜 게 맞다. 그렇다고 '실제 두 사람의 교제'를 묻는 것은 솔직히 너무 앞서 나간,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로맨스'를 확실하게 덜어낸 '삼시세끼 정선편'의 가능성은 지난 31일 손호준이 투입된 '삼시세끼 정선편' 12회에서 확실하게 입증됐다. 이날 방송은 그야말로 MSG 없는 유기농 방송을 보는 듯 했다. 편안하고 튀지 않는 손호준의 존재는, 부득이 여자 게스트가 올 때마다 로맨스가 꽃피웠던 옥순봉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대신 그 여백은 '세끼집' 식구 이서진, 옥택연, 김광규 등의 호스트에게로 골고루 쏠려 '삼시세끼 정선편'의 기존 취지에 딱 맞아 떨어진 느낌이 강하게 묻어났다.
물론 '로맨스'가 '삼시세끼 정선편'의 필요악은 아니다. 다만, 이 같은 게스트와의 로맨스는 흡사 요리에 사용되는 MSG처럼 시청자 입맛을 자극하는 내용물로 첨가돼, 기존 유유자적한 '삼시세끼 정선평'의 특유의 매력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위험성을 안고 가야할 수 있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둬야 할듯 싶다. / gato@osen.co.kr
OSEN DB,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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