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논란 자양분 삼는 예능, 정말 장사를 잘한 걸까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8.01 11: 25

“그래서, 그 일은 노이즈 마케팅이래요?”
한 프로그램에서 논란이 발생했을 때, 방송사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다. 방송 채널이 늘어나고 예능프로그램이 ‘돈이 되는 장사’로 여겨지면서 더 자주 듣는 질문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이 워낙 많다 보니 이름을 알리거나, 아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제작진이 논란을 야기시키거나 방조, 확대 생산하는 일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팽배하기 때문. 실제로 논란을 자양분 삼는 예능프로그램이 많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케이블 채널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비해 화제성이 떨어지던 불과 5~6년 전에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해서 기사 한 줄이라도 나왔어야 했다. 지상파 예능이 부럽지 않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지금은 ‘노이즈 마케팅’은 생존전략이 됐다.
엠넷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는 ‘악마의 편집’이라는 유행어를 만들 정도로 독한 가공을 거쳐서 매번 파장을 일으킨다. ‘슈퍼스타K’의 논란 정도는 우습게 여기는 프로그램도 있다. 바로 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다. 이 프로그램은 욕설이 난무하고, 선정적인 가사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잦은 징계 대상이 되고 있다. 그야말로 제작진은 ‘오늘만 사는 제작진’인 셈이다.
치열한 ‘랩 대결’을 내세우는 까닭에, 그리고 흥미를 자극하는 구성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까닭에 ‘쇼미더머니’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논란이 발생하고 잊을 만 하면 제작진이 사과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문제는 프로그램이 공정성을 유지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이 같은 종잡을 수 없는 심사 기준은 서바이벌 프로그램마다 어김 없이 ‘욕받이’가 생기는 이유가 된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역시 아직 논란의 대상이다. 재미를 위한 구성이라는 시선과 자극적이고 비도덕적인 기획의도라는 지적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쯤 되니 예능 선수인 프로그램 제작진 역시 어디까지가 ‘노이즈 마케팅’이고 어디까지가 실제 예상 못한 논란인지 구분을 못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 PD는 최근 벌어진 타 방송사 예능 논란에 대해 “처음에는 노이즈 마케팅인 줄 알았는데 보다 보니 우리 같은 전문가들도 헷갈린다”라면서 “지금 벌어진 논란을 보면 제작진이 그렇게까지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을 것 같진 않고, 그렇다고 이 정도 논란인데 방송을 강행하는 것도 제작 과정을 아는 우리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재밌는 예능을 만들어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게 만드는 홍보의 힘이 중요한 시대다. 논란을 만들어서라도, 혹은 이 논란을 키워서라도, 이름을 알려야 살아남는 방송 환경이 됐다. 물론 의도하지 않은 논란이지만 결국 프로그램을 안방극장에 각인시키는데 크게 성공한 프로그램도 있다.
흔히 ‘노이즈 마케팅’으로 장사를 잘한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결국 프로그램이 생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얼마나 소구력을 갖추고 있느냐이다. 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재밌으면 본다, 그리고 재미없으면 자연스럽게 보지 않는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주일에 한 두번씩 조기 종영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알 수 있다.  / jmpyo@osen.co.kr
엠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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