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싸우다보니 좋은 음악, 우려 날린 뿌듯한 성과 [종합]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8.01 19: 45

갈등에 대한 우려는 섣부른 판단이었다. 싸우면서 정들기 마련인데 말이다. ‘무한도전’이 가요제를 앞두고 짝꿍끼리 음악적인 갈등을 보이고 협의를 하는 과정을 담았다. 누군가는 이미 큰 인기를 누리는 멤버들이 출연 가수들에게 이른바 ‘갑질’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이는 오해였다. 가요제 자체가 도전이기에 이 도전 과정이 마냥 순탄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많은 시청자들은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웃음 섞인 갈등을 즐기게 됐다. 
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긴급 총회라는 이름 하에 유재석과 박진영, 박명수와 아이유, 정준하와 윤상, 정형돈과 밴드 혁오, 하하와 자이언티, 광희와 빅뱅 지드래곤-태양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공개됐다. 즐거운 무대를 만들기 위해 모인 이들이었지만 음악에 대한 견해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도전에 있어서 과정을 중요시하는 ‘무한도전’은 갈등을 협의하는 과정을 웃음 넘치게 담았다. 갈등을 대놓고 펼쳐놓는 이유는 있었다. 합의에 이르렀을 때의 속시원한 쾌감이 있었다. 
주로 서정적인 음악을 했던 아이유는 박명수의 신나는 ‘EDM’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한 바 있다. 아이유는 유재석이 랩을 시키자 EDM 스타일로 승화하며 박명수와의 갈등이 별 것 아닌 단순한 의견 조율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사실 가요제 특집이 시작된 후 일부 시청자들은 박명수가 아이유에게 신나는 음악을 강요하는 것을 불편해 했다. 허나 이 같은 시선은 오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었다. 예능적인 재미를 위해 사소한 의견 충돌도 일부러 키우고 이를 봉합하는 과정을 모두 보여줌으로써 흥미를 높였다. ‘무한도전’이 그동안의 분야를 가리지 않는 도전에서 보여준 과정이었다.

박진영과 유재석 역시 흥의 종류(?)의 차이가 있었지만 장난스럽게 춤을 추며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으로 타협의 시간을 가졌다. 유재석의 확고한 음악취향 탓에 살이 빠졌고, 그의 전화가 무섭다는 박진영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유재석이 자신이 만든 음악에 만족스러워하자 긴장이 풀려 털썩 주저앉는 박진영의 모습을 어디 가서 보겠는가. 그만큼 ‘무한도전’ 가요제는 출연자들에게 심리적인 부담감이 상당했다. 그래서 작은 소란도 생기는 것. ‘무한도전’이 단순히 가요제 무대를 마련한다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갈등 과정에 주목하는 것은 무대가 완성됐을 때의 즐거움이 높아지기 때문일 터다.
음악적인 대립이 팽팽했던 정형돈과 밴드 혁오 역시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았다. 정형돈의 압박에 부담감을 토로하던 혁오 멤버들과 장난스럽게 멤버들을 괴롭히던 정형돈은 음악을 들으며 선택의 시간을 가졌다. 대화는 수월하게 진행됐고, 컨트리 음악으로 의견이 좁혀졌다. 박명수와 아이유 역시 합의점을 찾았다.
아이유는 박명수의 의견대로 빠르게 음악을 편곡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박명수는 느리게 가다가 빠르게 갔다가 다시 느리게 가자고 제안했지만, 아이유가 양보하면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좋은 음악이 탄생될 조짐이었다. 특히 박명수는 녹음 과정에서 박자를 놓치는 실수를 하자 아이유에게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동생에게 창피하지 않게 열심히 하려고 한다"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아이유 역시 "대충 할 수 있는데 계속 하셔서 감사했다"라고 박명수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삐걱거리던 가요제 짝꿍들이 마침내 아름다운 결말을 맞은 셈이다. 작은 갈등이 있었기에 좀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성과였다. 처음부터 하나의 의견이 모아졌다면 고민의 시간도 필요 없었을 터다. 고민을 하고, 의견 대립을 하고, 다시 타협하면서 좋은 음악이 탄생하는 것. 음악 뿐 아니라 사람이 만나 만드는 모든 결과물이 그런 과정을 거친다. ‘무한도전’이 가요제를 통해 보여준 세상살이의 당연한 길이 그렇다. / jmpyo@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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