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처절할 정도로 불쌍하다. ‘여자를 울려’ 하희라가 악녀인데 연민이 가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남편이 죽은 줄 알고 살아남기 위해 악행을 저질러온 그가 남편의 생존을 확인한 후에는 곁에 있는 새로운 여자를 떨쳐버려야 하는 또 다른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 31회는 나은수(하희라 분)가 남편 강진한(최종환 분)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기쁨도 잠시, 남편 곁에 20년간 머물렀다는 새 여자의 존재를 알고 충격에 휩싸이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남편이 집으로 돌아온다면 혼자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불안감에 분노한 것.
여기에 강진명(오대규 분)이 진한이 집으로 돌아오면 은수가 버려질 수 있다는 악담까지 하면서 긴장감이 더해졌다. 은수는 어떻게든 진한 곁에 있는 여자를 두고 집에 오게 만들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남편의 생존을 기뻐하다가 다시금 자신의 위치가 불안해지면서 또 다른 악행을 계획하는 은수의 모습은 화가 나다 못해 애처롭게 느껴졌다.
그동안 은수는 온갖 모략으로 집안을 발칵 뒤집어놨다. 아들을 재벌의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서슴없이 사람 가리지 않고 협박을 했다. 은수의 못된 심보는 이미 모든 사람이 알게 됐다. 허나 은수는 아직까지 진명의 집에서 버티고 있다. 아들 강현서(박상현 분)가 있었기에 낭떠러지에서 위태롭게 나뭇가지를 붙들고 있었다. 다만 남편의 생존이 악녀인 은수에게 또 다시 위기가 됐다. 남편에게 새로운 사랑이 있다는 것은 은수가 더 이상 재벌가의 며느리가 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은수는 발악했고, 또 다시 모진 계략을 꾸밀 것으로 예상된다.
자꾸만 못된 행각을 벌이는데 은수가 불쌍하게 여겨지는 것은 누구의 지지도, 사랑도 받지 못하기 때문일 터다. 하희라는 이런 연민 가득한 악녀 은수를 소름끼치도록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무서울 정도로 표독스럽게 만들었다가, 지독한 외로움과 불안함에 벌벌 떠는 은수의 모습을 섬세하게 연기하고 있다. 데뷔 후 주로 선한 인물을 많이 연기했던 하희라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역대급 악녀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욕하면서도 보게 만드는’ 드라마인 ‘여자를 울려’의 인기 비결에는 연기 잘하는 하희라의 완벽한 변신이 있다.
한편 '여자를 울려'는 아들을 잃은 한 여자가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가는 과정과 그를 둘러싼 재벌가 집안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사랑과 갈등, 용서를 그린 드라마로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 jmpyo@osen.co.kr
‘여자를 울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