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허지웅이 정확히 정곡을 찔렀다. 어쩌면 그의 촌철살인이 앞으로 '동상이몽'이 나아갈 길이 아닌가 싶다.
허지웅은 지난 1일 오후 방송된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에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자그마한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동상이몽'은 연예인 병 걸린 아들 때문에 고민이라는 엄마의 사연으로 구성됐다. 실제로 연예인을 꿈꾸는 아들은 아직 연예인이 된 것도 아닌데 동생을 제 매니저 처럼 부리듯하고 상황에 상관 없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였다.
동생도 자신의 신세를 토로했다. 그는 "형이 진짜 나를 노비처럼 부린다. 왜 형은 손 하나 까딱 안 하는지 궁금하다"며 "영상을 통해 내 모습을 보니 내가 불쌍하더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내면서도 동시에 웃음을 자아냈다.
연예인 병에 걸린 아들도 아들이었지만, 욕부터 하고 보는 엄마의 행동도 눈길을 끌었다. 아들이 대화를 시도하려하면 욕부터 하고, 걸어가다가 슬리퍼를 벗어 아들에게 던지는가 하면 널던 빨래로 아들을 때리는 모습까지 보여졌다.
어찌 보면 반전이었다. '동상이몽'에선 항상 반전이 존재했고 이 가족 역시 마찬가지. 그간 동생을 매니저처럼 부려먹으며 영상을 지켜보는 이들의 야유를 받았던 아들은 엄마의 차가운 반응에 안타까움마저 불러일으켰다.
영상이 끝나자 출연자들은 "어머니가 무서우시네"라며 전세가 역전된 어머니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거친 행동이 영상으로 고스란히 밝혀진 주인공 역시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일반 가정집에서 이뤄지는 체벌 정도"라고 급히 해명했다.
예능프로그램의 특성상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어머니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던 도중, 허지웅이 입을 열었다. 그야말로 촌철살인이었다.
그는 "우리가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뭐가 됐건 폭력은 안 되는거다"라면서 "크든 작든 어느 가정에나 체벌은 있을 수 있지만 다 있다고 옳은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그의 말은 가족 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는 '동상이몽'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 것과 다름없다. 불화가 아닌 큼 '동상이몽'은 한없이 무거워질 필요는 없지만 갈등을 다루고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는 있다. 게다가 그 가족이 청소년이라는 점에선 더더욱 그렇다. 청소년기에 겪었던 경험은 평생의 습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쪽의 말을 다 들어보고 서로의 입장에서 서로를 보게끔 만드는 '동상이몽'은 방송 이후 호평을 받으며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논란에 휩싸였지만 곧바로 사과를 하며 좀 더 신중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런 '동상이몽'은 허지웅의 말을 깊게 새길 필요가 있다. 마냥 웃고 떠드는 것이 아닌,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주인공들의 사연을 다룰 필요가 있다.
한편 '동상이몽'은 사춘기 초중고 일반인 10대 자녀와 부모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내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45분에 방송된다. / trio88@osen.co.kr
'동상이몽'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