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가요제'의 제왕다웠다.
자칭 '4대천왕' 방송인 정형돈이 2년 만에 돌아온 '무도가요제'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며 눈길을 모았다. 가요제의 재미는 '무한도전'(이하 무도) 멤버들과 뮤지션 간의 만남, 곡 선정에서 빚어지는 미묘한 갈등에서 나오는데 정형돈이 핵심을 정곡으로 찌르며 이름 모를 밴드 혁오를 대세 밴드로 올려놓았다. 물론 정형돈의 주장이다. 혁오는 언더그라운드에선 음악성으로 정평이 난 그룹이다.
지난 1일 방송된 MBC 예능 '무도'에서 유재석의 진행 아래 멤버-뮤지션들이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놓는 긴급 총회가 그려졌다. 이날 다른 팀의 갈등 중재를 위해 전 참가자가 적극적으로 나서며 유쾌한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정형돈과 혁오의 케미스트리가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다.
리더 오혁이 정형돈에게 가장 불만이 많았다. "(정형돈 형이)처음 전화하셨을 때 상냥하게 말씀을 하셨다. '쉬엄쉬엄해라' '무리하지 말라'고 하셔서 기쁜 마음에 밤을 새워 새벽에 여러 곡을 보내놓으면 그 다음날부터 '자냐?'고 물으시며 열심히 쓴 5곡을 다 퇴짜 놓으셨다"고 폭로했다. 그는 정형돈이 단점도 알려주면 곧바로 고칠텐데 그 부분을 알려주지 않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정형돈은 그의 불만에 "혁오가 브리티시, 아이리시 쪽이다. 그래서 우리의 귀에 안 익는다. 극동 아시아쪽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공격을 가했다.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중재위원 유희열은 "혁오가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기존의 어법을 따르지 않아서다. 혁오만의 담백한 감성으로 지금의 세대들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혁오의 편을 들자, 정형돈은 "그래서 제가 더 사랑받게 해주겠다고요"라며 "얘네들의 문제는 좋은 곡이 있으면서도 안 내놓는다. 쪼니까 들려주더라"며 흥분했다.
정형돈이 마음에 들어하는 혁오의 곡은 컨트리송 'Great wall'(가제)이었다. 곡의 전주가 흘러나오자 '댄싱 머신' 유재석과 박명수도 신이 났는지 춤을 추며 흥을 드러냈다. 오혁이 유재석의 말을 끊고서라도 곡을 설명하려 하자, 유재석은 놀라움을 드러냈다. 방송 몇 주 만에 부쩍 말이 늘어난 그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것. 정형돈은 바로 무대로 난입, "우리 아가 잘했다"며 그의 두상에 낼름 뽀뽀를 해줬다. 알콩달콩하는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시청자 게시판에 정형돈과 혁오의 케미를 칭찬하는 글들이 연이어 게재되고 있다.
사실 정형돈은 일상에서 타 멤버들의 활약에 가려질 때가 많았다. 어떤 날은 그의 말이 대부분 편집됐는지 분량이 두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었지만, '무도가요제'에서 만큼은 남다른 활약을 보이고 있다. 리액션이 약한 게스트에게 윽박지르고 허세 멘트를 날려 반격할 수 없게 만드는 일명 '악다구니' 화법으로 웃음을 터트린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의 말투에 은근히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겠으나 남다른 애정이 전제돼 있어 되레 기분을 좋게 만드는 힘이 있다. 정형돈은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이나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능에 익숙지 않은 신인급 게스트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그들이 캐릭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형돈만의 특화된 진행 능력이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무도가요제'까지 정형돈의 허세 에너지가 발휘되길 기대한다./ purplish@osen.co.kr
'무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