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외화 대항 국가 대표급 감독이다.
최동훈 감독의 신작 '암살'이 쟁쟁한 여름 성수기 시장에서 흥행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암살'은 지난 1일 하루동안 전국 58만 5,560명의 관객이 관람,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누적관객수는 600만 5,494명이다.
1위는 톰 크루즈 주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이 차지했다. 같은 기간 76만 6,406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장식했다. 누적관객수는 173만 8,555명이다.
비록 1위의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암살'이 써내려가고 있는 흥행 기록은 올해 가장 돋보인다. 2015년 최단 기간 흥행 속도를 내고 있으며 더불어 지금까지 최고 흥행작이다. '최동훈 사단'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최동훈 감독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의 끈질긴 인연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지난 달 22일 개봉한 '암살'의 일주일 뒤 출격한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의 흥행 경쟁 구도는 앞서 지난 2012년 여름 극장가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당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7월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부터 위압적이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일주일 차로 개봉해 예측불가 경쟁을 펼쳤다. 당시에는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먼저 극장에 걸렸다.
워낙 '다크나이트'의 신화적인 존재감이 있어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좀 더 우세할 것이란 예상이 컸지만 뚜껑을 열자 흥행의 여신은 '도둑들'의 편에 섰다. '도둑들'은 최종 1298만여명,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639만여명의 관객을 각각 동원했다.
다만 우울한 히어로를 내세운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대중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점수를 받았고, '도둑들'은 서울을 넘어 지방 관객들의 열띤 지지를 얻는 등 전국구를 아우를 정도로 대중 흥행 요쇼가 가득한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암살'vs'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 구도와는 다르다. 오히려 이번에는 '암살' 쪽이 내용, 주제 면에서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보다 좀 더 무겁다. 2012년 경쟁구도와는 반대의 색을 띄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2009년 '전우치' 때는 첫 천만 외화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를 상대했던 바다. 당시에도 '전우치'는 혁명적인 이 영화의 기에 눌리지 않고 613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타짜'에 이어 최동훈 흥행작 필모그래피의 초석을 깔았다. '도둑들'과 '암살'이 여름 성수기 작품들이었다면, '전우치'는 역시 극장가 대목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해 이 같은 성과를 냈다.
성수기 큰 판에서 상대하기 버거운 외화가 등장했을 때 최동훈 감독의 영화가 대항마로 나서는 것은 우연과 필연이 혼재된 결과겠으나, 어쨌든 그가 한국영화계에서 갖고 있는 존재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일이다. 더불어 '한국적 블록버스터'로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는, 혹은 뛰어넘는 결과를 꾸준히 내 왔다는 것은 의미있다./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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