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많은 배우들이 '여자를 울려'를 이끌고 있지만 가장 눈에 꼽는 두 사람을 꼽는다면 단연 하희라와 이태란이다.
이 드라마는 현재 기업 후계자를 둘러싼 두 며느리의 갈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두 명의 손주 가운데 누구를 이순재의 후임으로 앉힐지 갈등하는 심각한 내용인데 분위기는 심각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를 안긴다. 며느리 역의 하희라와 이태란의 어린 아이 같은 유치한 표정과 말다툼으로 돈과 명예를 추구하는 재벌가의 표상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그동안 많은 드라마에서 주로 착한 캐릭터를 도맡아 왔던 하희라와 이태란은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하게 변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간의 내공이 뛰어난 캐릭터 해석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극본 하청옥, 연출 김근홍) 32회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강태환(이순재 분) 회장의 첫째 아들 진한(최종환 분)이 살아있는 것으로 밝혀지며 첫째 며느리 나은수(하희라 분)와 둘째 며느리 최홍란(이태란 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았다.
은수는 20여 년전 진한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나 그가 갑자기 사고를 당하면서 가족들은 사망한 것으로 알고 포기한 채 살아왔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진한은 기억상실증에 걸려 언어 장애인인 현재의 아내와 결혼, 붕어빵 장사를 하며 살고 있었다.
소식을 접한 은수는 진한의 가게로 찾아가 자신을 알아보는지 테스트 했다. 기대와 달리 진한은 은수를 손님으로 보고 깍듯하게 대접했다. 아들이 어려운 처지로 사는 것을 볼 수 없던 민정숙(서우림 분)은 강 회장에게 "당장 진한이를 데려오자"고 애원했다. 고민하던 진한의 동생 진명(오대규 분)도 결국 형수 은수가 나가 줄 것을 요구했다. 충격적인 결정이었다.
이같은 수순에 가장 기뻐할 사람은 홍란. 회심의 미소를 띠며 "버티지 말고 물러나라. 이럴 때는 버틸수록 더 비참해지는 거 아니냐"며 자존심을 긁었다. 그러나 은수는 절대 나가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아들 현서(천둥 분)가 후계자가 되면 반드시 되갚아 주겠다고 말했다. 은수는 살아남기 위해 "아들을 데리고 나가겠다"는 뜻을 전달하며 시아버지와 갈등을 예고했다. 이날 진한은 동생의 고백 덕분에 부모님과 아내,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눈물을 흘렸다.
하희라와 이태란은 배우로서 착한 캐릭터에 머무른다는 인상이 짙었으나 '여자를 울려'를 통해 악한 역할에도 능한 배우임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두 사람이 '하드캐리(무너져가는 경기를 월등히 뛰어난 유저가 이끌고 간다는 뜻의 게임 용어)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실제로 하희라와 이태란은 서로 맞붙는 신에서 불꽃 튀는 신경전을 발휘하며 돋보이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서로를 흘겨보는 눈빛은 전 장면 가운데 최고로 꼽힐 만큼 재미있다.
아들을 내세운 은수가 남편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 시부모님을 쥐락펴락하게 될지, 하루 아침에 집에서 쫓겨나 강 회장에게 복수를 다짐할지 앞으로의 전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하희라와 이태란의 활약에도 기대가 모아진다./ purplish@osen.co.kr
'여자를 울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