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에게 어찌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결국 ‘너를 사랑한 시간’ 이진욱이 하지원을 사랑해 온 시간은 17년이었다. 앞서 그가 했던 고백은 오랫동안 옆에 있었던 친구에게 잠깐 흔들린, 일탈 같은 것이 아니었다. 17년 전 영화감독을 꿈꾸던 사춘기 소년이 바라만 봤던 그 소녀는 지금도 그의 옆에 있는 그 여자, 하지원이었다.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극본 창작집단 가일 연출 조수원 이하 '너사시')에서는 17년 전 자신이 쓴 시나리오 ‘여름날’을 하나(하지원 분)에게 건네는 원(이진욱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원은 비행기 안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선생님은 고등학교 시절,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하는 원의 시나리오를 읽은 적이 있었고, "시나리오 잘 쓰더라. 주인공의 친구는 누구고, 친구가 좋아한 여자는 누구고, 그 여자를 좋아한 남자는 누구냐 궁금한데 답은 알 것 같기도 하다"며 하나만 바라보고 있는 원의 진심을 짐작하기도 했었다.
사실 원에게는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단짝이었던 대윤(박두식 분)이 하나를 좋아했었던 것. 대윤은 하나와 친한 원에게 연애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을 했었지만, 속으로 하나를 좋아하고 있었던 원은 친구의 편지를 전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연유에선가 대윤은 일찍 세상을 떠나버렸다.
“매순간 후회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고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원을 격려했던 은사는, 얼마 못가 세상을 떠났다. 원은 하나를 비롯한 친구들과 선생님의 장례식에 갔고, 친구들이 죽은 대윤의 이야기를 꺼내자 불현 듯 홀로 대윤의 납골당을 방문했다. 이제야 하나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수 있게 된 그는 죽은 친구의 사진을 바라보며 "그 때 네 편지 전해주지 않은 내 마음 미안해하지 않을 거다. 고백한 번 제대로 못하고 유치하고 어렸던 그 때의 날, 여기 두고 갈게"라고 말한 후 눈물을 흘렸다. 친구에 대한 죄책감으로 하나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원의 진심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이처럼 하나와 다시 친구로 돌아가겠다고 이야기를 했던 원은 사실 하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선생님으로부터 건네받은 ‘여름날’ 시나리오를 하나에게 전했다. 하루 종일 원의 시나리오를 유심히 읽었던 하나의 앞에 원이 나타났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다. 의미심장한 표정의 원 앞에 선 하나는 "예전에 절대 날 사랑할 일 없다고 했던 말, 그 이유 지금에서야 알아버렸는데"라고 말하며 원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이야기를 꺼냈다. 이는 두 사람 사이의 변화를 감지하게 했다.
현재 하나는 연인 서후와의 관계에서 계속해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유명 피아니스트인 서후는 하나가 거부할 수 없는 남자지만, 자신을 위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이기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반면 17년 간 하나를 좋아해 온 원은 그와 가깝고도 먼 거리를 지켜오며 조용히 마음을 지켜왔다. 과연 원의 시나리오 고백이 하나로부터 어떤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너사시'는 인생의 반을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연애불가' 상태로 지내온 오하나(하지원 분)와 최원(이진욱 분)이 겪는 아슬아슬한 감정들과 성장통을 다루는 로맨틱 코미디다. 대만드라마 '연애의 조건'(아가능불회애니)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 /eujenej@osen.co.kr
'너를 사랑한 시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