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의 최대 장점은 스타들이 자신을 옥죄고 있던 편견이라는 무거운 올가미를 풀고, 꽁꽁 숨겨졌던 이면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순한 외모에 가창력이 가려졌던 그룹 다비치의 강민경도 이같은 장점을 톡톡히 누린 셈이다.
강민경은 지난 2일 방송된 MBC 예능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에서 8대가왕 노래왕 퉁키와 만나기 위해 3명의 복면가수들과 준결승을 펼쳤다.
이날 2라운드 첫 번째 무대는 인생 직진 신호등. 그는 앞서 따끈따끈 떡 사세요(김민희)를 이긴 바 있다. 조용필의 '모나리자'를 선곡한 신호등은 시원시원한 록 창법과 알아듣기 쉬운 정확한 발음으로 귓가를 사로잡았다. 로큰롤의 정신을 보여준 화끈한 무대였다. 이에 맞서 마실 나온 솜사탕 강민경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녀는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를 부르며 한층 깊어진 감성을 자랑했다. 숨소리마저 한마디 노래로 들렸을 정도였다. 판정단의 투표 결과, 솜사탕이 57대 42로 신호등을 꺾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2라운드 두 번째 무대는 고추 아가씨와 웃는 얼굴에 수박씨의 대결이었다. 두 사람은 앞서 각각 달콤 살벌 아이스크림(배수정)와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김영호)를 이긴 바 있다. 고추아가씨는 이날 김건모의 '사랑이 떠나가네'를 선곡했다. 감정은 훌륭했고, 통쾌한 창법으로 자신의 가창력을 여과 없이 자랑했다.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를 부른 수박씨는 첫 마디부터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풍부한 성량과 차분한 목소리로 가사 전달력을 높였다. 판정단의 투표 결과, 고추아가씨가 수박씨를 7표 차이로 승리했다. 수박씨는 소름 돋는 가창력을 지닌 노을의 강균성으로 밝혀졌다.
가왕도전자가 결정되는 3라운드에는 솜사탕 강민경과 고추아가씨가 노래 대결을 펼쳤다. 먼저 강민경은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부르며 참고 있던 애절한 감정을 터뜨렸다. 이어 고추아가씨는 가녀린 몸매로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를 부르며 뜨거운 열정과 가창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솜사탕 강민경이 3표 차이로 패해 얼굴을 공개했다.
강민경은 "많은 사람들이 제 노래보다 외모 같은 외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져주셨는데 '복면가왕'에 출연하면서 가수로서 평생 들을 칭찬을 다 들은 것 같다"며 뜻깊은 소감을 전달했다. 결국 고추아가씨가 8대 가왕 노래왕 퉁키와 한 무대에 섰고, 그녀가 한 표차이로 퉁키를 이기면서 9대 가왕에 올랐다.
우리 사회는 외모가 개인의 우열과 성패를 가른다고 믿고,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하다. 우리의 외모 지상주의는 다른 나라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다. 예쁘면 뭐든지 잘 하는 것으로 여기거나 반대로 뛰어난 외모 덕분에 모자란 실력을 덮었다고 믿기도 한다.
데뷔 시절부터 예쁜 외모를 뽐낸 강민경은 후자에 속한다. 충분히 노래 실력을 갖췄음에도 겉모습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한 케이스다. 그러나 '복면가왕'을 통해 그 편견을 시원하게 걷어차버렸다. 얼굴을 가리니 비로소 강민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외모에 대한 바람직하지 못한 고정관념 및 강박관념으로부터 과감히 벗어나, 긍적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줬다. 오직 땀과 노력으로 편견을 딛고 일어선 달콤한 결실이기에 강민경의 인간 승리가 더욱 값지게 보인다./ purplish@osen.co.kr
'복면가왕'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