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 볼링을 치면 볼링장만 돈 벌고, 내기 고스톱을 치면 모텔만 웃는다는 말이 여름 극장가에서 재연되고 있다. 요즘 돈 세느라 바빠진 극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2015 여름 극장가가 ‘암살’과 ‘미션 임파서블5’의 쌍끌이 흥행으로 31주차 포텐을 제대로 터뜨렸다. 극장가에선 여름방학과 맞물리는 7월 30일을 최고 흥행 길일로 치는데 이번에도 이 ‘써티원’ 대박 속설이 어김없이 재연된 것이다. 작년 7월 30일 개봉작은 CJ의 '명량'이었다.
52주 중 31번째 주말이었던 지난 주말 사흘간 전국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464만명. 올해 최고 수치다. 이중 42%가 ‘미션 임파서블5’를 봤고, 33%가 ‘암살’ 표를 끊은 것으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건 멀티플렉스 체인이 없는 쇼박스의 배급작 ‘암살’의 급격한 하락세다. ‘암살’은 전주 대비 상영 횟수가 35%나 줄어들며 너무 쉽게 톰 크루즈에게 1위 자리를 헌납했다. 관객의 평이 좋고 점유율은 오히려 소폭 상승했지만 냉정한 극장 배급 논리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벌써부터 천만 동원은 쉽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극장 관계자는 3일 “요즘 같은 성수기 시즌에는 큰 영화 뭘 걸어도 손님이 들지만 조금이라도 수요가 많은 영화 위주로 상영 횟수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암살’의 인기가 식지 않았음에도 ‘MI5’를 찾는 수요가 조금이라도 더 많으면 ‘암살’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를 대폭 줄인다는 얘기다.
쇼박스와 롯데에 이어 5일 ‘베테랑’으로 여름 시장 링에 오르는 CJ 임직원들의 피가 마르는 것과 대조적으로 극장은 연일 휘파람을 불고 있다. 어느 영화가 잘 되든 극장의 매출, 영업이익과는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암살’ ‘MI5’에 이어 1주 뒤 ‘베테랑’까지 개봉하게 되면 여름 스크린 전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 명약관화한 상황이다.
조성훈 프로듀서는 “베테랑이 이번 주 개봉작임에도 예매율이 크게 치솟지 않는 건 극장들이 암살과 MI5의 상황을 보면서 신작 예매를 받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화사 테디웍스 김경규 대표도 “작년 여름 극장가가 군도, 명량, 해적의 3파전이었다면 올해는 협녀, 뷰티 인사이드까지 가세해 5파전 양상을 띤다”면서 “작품성과 오락성을 놓고 봤을 때 명량 같은 탑픽 영화가 나오긴 힘들고 다섯 편의 여름 영화가 골고루 지지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묘기에 가까운 육해공 액션을 선보이며 첫 주말을 넘긴 ‘MI5’가 지난 2011년 개봉한 전편(757만)의 흥행 기록을 뛰어넘을 지도 궁금한 대목이다./bskim0129@gmail.com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