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이지이, 거꾸로 해도 이지이.”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에서 임지연(25)이 한 랩은 그가 연기했던 이지이의 밝은 매력을 한 번에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인간 비타민’이라는 별명답게 지이는 어두운 분위기의 드라마를 밝게 만드는 존재였다. 꾸밈없이 솔직한 지이의 유창수(박형식 분)에 대한 사랑 표현은 귀엽기 그지 없었다. ‘상류사회’에서 임지연이 연기한 지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상류사회’는 제게 비타민 같은 작품이었어요.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뿌듯했고요. 사실 전 지이와 성격이 비슷하거든요. 밝은 편이에요. 영화 속 모습처럼 신비로운 이미지를 가져가는 것 자체가 제게 ‘변신’이죠.(웃음) 그래서 영화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었어요. 제 모습 그대로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지이는 언제나 감정 표현에 솔직했다. 그런 지이의 모습은 때론 ‘밀고 당기기’의 달인으로 보였다. 창수에게 사랑 표현을 적극적으로 했다가, 창수의 집안 배경 탓에 주저하며 창수의 애간장을 태웠기 때문. 너무도 솔직해서 속마음을 다 드러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지이는 계산해서 밀당(밀고 당기기)을 한 게 아니에요. 계산을 했으면 비호감으로 보였겠죠. 지이의 솔직한 모습이 창수에게는 ‘들었다 놨다’하는 것처럼 보였을 거예요.”
지이는 흔한 로맨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친구 캐릭터가 아니었다. 장윤하(유이 분)의 친구로 등장했지만, 창수와의 로맨스가 주인공 커플 못지않게 재밌었다.
“대본을 봤을 때부터 전 지이에게 끌렸어요. 그동안 저와 다른 너무 무거운 캐릭터만 연기를 하다 보니까 저와 비슷한 캐릭터도 하고 싶었거든요. 지이는 저의 모습이 있어서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지이의 애정 표현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행여나 집안의 반대로 창수와 헤어질 것을 걱정하면서도 창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숨김이 없었다.
“옥탑방에서 창수에게 귀를 만져도 되냐고 묻는 장면이 있어요. 대본을 보고 형식이와 깜짝 놀랐죠. 나중에는 뻔뻔하게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저와 형식이 모두 연기 욕심이 생겼거든요. 둘 다 재밌게 연기를 하자고 생각했어요. 나중에는 손발이 덜 오그라들면 뭔가 섭섭하더라고요. 손발 오글거리는 대사를 즐기게 됐어요.(웃음)”
박형식과 임지연은 극중에서 스킨십이 많았다. 두 사람은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후 드라마에서 연인 연기를 하게 됐다. 워낙 친한 사이라서 로맨스 연기를 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을까.
“창수와 지이가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이 있잖아요. 감독님과 저희는 ‘정사신’이라고 불렀어요.(웃음) 어색할 수 있는데 그 장면을 촬영하는 것도 재밌었어요. 서로 부끄러워하는 순간 그 자체가 즐거웠죠. 빗속에서 키스신을 찍었는데 생각보다 금방 찍었어요. 형식이가 연기를 너무 잘했거든요. 형식이 연기에 놀랐어요. 집중력도 좋고 제가 끌려갈 수밖에 없게 만들었어요.”
‘상류사회’는 또래 배우들끼리 모여 현장이 정말 화기애애했다고. 성준, 유이, 박형식, 임지연이 모이면 왁자지껄 시장판이 따로 없었다는 후문이다.
“저희끼리는 피곤한 몰카(몰래 카메라)라고 생각하고 재밌게 놀았어요. 넷이 만나면 너무 시끄러우니까 감독님이 수다 좀 그만 떨라고 할 정도였죠. 게다가 제가 연기하는 지이는 극중에서 계속 떠드는 스타일이잖아요. 그래서 유이 언니가 중재해주고 그랬어요.(웃음)”
창수와 지이 커플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두 사람의 순수하고 맹목적인 사랑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래서 박형식과 임지연이 실제로 연인이 됐으면 좋겠다는 시청자들의 눈치 없는 바람도 많았다.
“형식이가 저보고 동네 형 같다고 해요.(웃음) 형식이는 남자로서 괜찮죠. 외모도 멋있고 의젓하며 예의도 바르죠. 남자답기도 해서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많이들 진짜로 사귀는 것 아니냐고 여쭤보시더라고요. 형식이에게 물어봐주세요.(웃음) 아마 절 여자로 생각 하지 않을 걸요?”
임지연은 지난 해 영화 ‘인간중독’으로 데뷔한 후 ‘간신’, ‘상류사회’까지 큰 작품에서 주요 배역을 꿰찼다. 스크린의 깜짝 신데렐라였던 그는 ‘상류사회’를 통해 안방극장 데뷔까지 성공하며 주목할 만한 신예로 떠올랐다.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연기에 대한 반응을 즉각적으로 볼 수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늘 변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임지연은 털털하고 호기심이 많다. 그래서 ‘정글의 법칙’에서 솔직한 매력으로 화제가 됐고, 심지어 쥐고기도 먹었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데 겁이 없다.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해서 스킨 스쿠버를 정식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제가 호기심이 많아요. 새로운 것을 보면 하고 싶어 하죠. 조심성이 없어요.(웃음) 정글에 가서도 오빠들은 기겁했지만 제가 또 언제 쥐를 먹어보겠나 싶어서 먹었어요. 배가 너무 고프기도 했고요. 현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인데 못 먹을 게 있나 싶기도 했고요. 괜찮았어요.(웃음) 그래도 다녀와서 구충제는 먹었죠.(웃음)”
임지연은 ‘정글의 법칙’에 이어 최근 MBC 연예정보프로그램 ‘섹션TV 연예통신’에서 MC를 맡았다. 지난 2일 첫 방송에서 상큼발랄한 매력을 뽐내며 신고식을 안정적으로 치렀다.
“긴장을 너무 했지만 그래도 재밌었어요. 생방송이 처음이었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제가 워낙 나서는 것을 좋아해서 진행을 보는 것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노련한 선배님들 덕에 그럭저럭 마친 것 같아요.(웃음)”
운동을 좋아하고 활달한 성격의 임지연. 정글에 이어 군대를 가는 것은 어떨까.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는 현재 여군 특집 출연자를 섭외하고 있다. 그에게 ‘진짜 사나이’ 출연 의사를 물었다.
“형식이한테 ‘진짜 사나이’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여배우들도 힘들어하는 모습도 봤고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해요.(웃음) 그런데 정말 힘들겠죠?” / jmpyo@osen.co.kr
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