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지 않을 거예요’라는 화장품 CF 속 유행어가 떠오른다. 김희애가 ‘경찰’과 ‘엄마’, 두 가지 역할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표현해내며 맹활약했다. 역할에 따라 1인2역과도 같은 차별성을 가지는 캐릭터를 집중도 높은 특유의 연기력으로 맛깔나게 살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급칭찬’ 받아 마땅하다.
그간의 우아한 이미지를 내려놓고 철저하게 변신했다는 점이 높게 살만 하다. 그가 SBS 새 월화드라마 ‘미세스캅’에서 강력계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아줌마 역할을 맡았다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이들이 많았다. 워낙 수려한 미모에 가녀린 몸매를 지니고 있는데다가 말투와 평소 이미지가 우아함 그 자체였기 때문.
그런데 그간의 괜한 걱정이었다. 우려는 첫 방송에서 곧바로 잠식됐다. 3일 방송된 ‘미세스캅’ 1회에서 강력계 형사와 따뜻한 엄마를 오가며 무서운 존재감을 자랑한 것. 극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끌며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이 드라마는 경찰로는 백점, 엄마로선 빵점인 형사 아줌마의 활약을 통해 대한민국 워킹맘의 위대함과 애환을 보여줄 작품. '너희들은 포위됐다', '돈의 화신', '샐러리맨 초한지', '자이언트' 등을 연출한 스타PD 유인식 감독과 '내게 거짓말을 해봐', '해신' 등을 쓴 황주하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첫 회부터 ‘경찰’과 ‘엄마’ 사이에서 느껴지는 애환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이 같은 감정의 연결은 시청자들을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연기에서 비롯되는 것. 김희애는 최진영이라는 인물을 마치 본인의 이야기처럼 녹여내며 시청자들을 드라마로 끌어들였다.
그간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 그는 대충 묶은 머리에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등장해 거친 골목을 뛰어다니며 용의자를 추격하고, 바닥에 뒹굴었다. 상사에게 조인트를 까이는 장면도 인상적. 이제껏 해왔던 연기와 상반되는 캐릭터였음에도 자연스럽고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는 점이 놀랍다.
엄마로서의 최영진에는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제대로 실었다. 범인을 쫓다가 학예회에 늦어 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엄마의 모습은 왠지 짠했다. 특히 이날 방송의 막바지에 등장한 딸과의 대화는 가슴 뭉클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진영은 범죄자를 쫓기 바빠 하나 뿐인 딸을 돌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의 딸은 경찰인 엄마를 보고 싶어 일부러 도둑질을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영진은 딸을 안고 눈물을 흘리며 오열한다. 다음 회 예고편에는 딸이 납치된 상황이 그려져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편 '미세스캅'은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joonamana@osen.co.kr
'미세스캅'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