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태어나긴 참 아까운 인물이다. ‘화정’에서 그리고 있는 정명(이연희)은 끈질긴 생명력, 강한 카리스마, 리더십을 가진 여자다. 조선시대에 태어나서 아까울 정도다. 왕위에 올랐다면 인조(김재원)보다 휠씬 나은 조선을 만들었을 인물이다.
MBC 월화극 ‘화정’은 광해(차승원)와 인조 시대에 살았던 정명공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정명은 광해가 왕위에 오르기 위해 친족들을 죽이던 시절, 그 칼을 피하기 위해 궁을 도망쳐나온다. 이후 일본 노예로 팔렸다가 거기서 화기 기술을 배워 장인이 돼 돌아온다.
이후 원수였던 광해의 정치관을 인정해 광해를 용서하고 그를 돕지만, 반정에 성공한 인조와는 앙숙이 된다. 3일 방송에서는 인조가 눈엣가시같은 정명에게 역모죄를 씌워 위기에 모믄 모습이 그려졌다. 인조는 정명과 친하게 지내는 수하들에게 불온한 물건이 발견됐다며 옥에 가둔다. 고문을 하며 불온한 물건이 어디서 나왔냐고, 정명이 시킨 거 아니냐고 묻는다. 수하들을 끝까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뗀다.
이 모습을 보다 못한 정명은 그의 편에 있는 대신들이 말리는데도, 결국 자신이 시켰다고 거짓자백을 해 수하들을 살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인조의 잘못된 정치에 직언을 아끼지 않았던 정명. 바른말 할 줄 알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던 정명은 이날 자신의 사람들을 위해 자신마저 희생하는 리더십을 보였다. 긴 가뭄과 홍수에도 백성들에게 부당한 세금을 걷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야비한 방법도 서슴치 않는 인조. 정명은 그런 인조보다 100배 나은 리더십과 정치력을 보여줬다. 조선시대에 태어나길 아까운 인물이었다.
이연희는 점점 정명에 동화되며 카리스마를 가진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해내고 있다. 이날 역시 인조와의 대치에서 밀리지 않는 기싸움을 선보였고, 거짓자백을 하는 순간에도 기품을 잃지 않았다. 인조에게 결국 밀릴 수 밖에 없는 정명. 정명의 리더십이 너무 아깝고 시대가 아쉽다. / bonbon@osen.co.kr
‘화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