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지금까지 없었던 신종 악역의 탄생이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연기한 뺀질뺀질 재벌 3세 조태오가 그렇다. 흥행작 '완득이'를 통해 연기파 청춘스타의 선두주자로 급부상한 유아인은 이번 악연 변신에서 상상 그 이상, 일반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내공을 선보여 눈길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베테랑'에서 유아인을 잡자고 덤지는 형사들로 황정민 오달수가 등장한다. '국제시장'에서 천만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계 최고의 베테랑 배우들이자 명콤비다. 젊은 유아인이 이들과의 연기 합에서 기 죽거나 밀리지 않고 연기했다는 자체가 대단한 사실일 터.
오히려 유아인은 열 받은 황정민을 눙치고 어르며 역대급 악역의 탄생을 알렸다. 황정민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악역 연기를 과시할 때 종종 등장하는 '달콤한 인생' 백사장이나 '신세계' 정청과는 완전히 다른 21세기 최첨단 악역 스타일을 그린 것이다.
한 마디로 조태오는 기존 악역과 큰 틀에서 궤를 달리한다. '추격자' 하정우나 '악마를 보았다' 최민식처럼 냉혹한 연쇄살인마는 아니고, '타짜' 김윤석이나 '살인의뢰' 박성웅같은 마초 스타일 범죄자와도 다르다. 톱클래스 변호사들을 옆에 끼고 법의 한계를 조롱하며 소수의 잘난 그들과 길거리 양들를 구분해 사는 재벌 갱스터 류의 장르를 창출한 셈이다.
유아인은 JTBC 드라마 '밀회', SBS 드라마 '패션왕', 영화 '깡철이', '완득이' 등 전작들에서 주로 착하고 감성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흔들리고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그리는 데 주력했다. 여성 팬들이 환호하는 그런 캐릭터들이 아직 잘 어울리고 CF 많이 잡기에 최적화된 캐스팅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유아인은 한류스타로서의 이같은 메리트와 유혹들을 뿌리친채 악역 연기로 숨겨왔던 에너지를 폭발, '베테랑'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극 중 조태오(유아인 분)는 세상 어느 하나 무서울 것 없는 재벌 3세. 상습적인 약물 복용은 물론 예측불허 망나니짓을 일삼고, 뒷수습을 책임지는 든든한 배경과 충실한 조력자 최대웅(유해진 분) 상무 덕분에 일촉즉발 상황에서도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 전형적인 '얄미운 악역'.
보는 이들에게 '얄미워 죽겠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역대급 악역을 만들어낸 유아인은 마치 그간 숨겨왔던 에너지를 한 번에 폭발시키듯 광기 어린 연기로 시종일관 감탄을 자아낸다. 약을 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를 향해 비릿하게 웃어보이는 얼굴도, 회장인 아버지의 지분을 뺏길까 노심초사하며 최대웅에게 분노하는 일그러진 얼굴도, 그간의 유아인에게서 보기 힘들었던 얼굴이라 시선을 사로잡는다.
'베테랑'은 해외시장에서 막강한 팬덤을 보유한 유아인 파워에 힘입어 이미 북미, 동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 28개 국가에 선판매됐다. 또 5일 국내 개봉 후 8월 말부터는 베트남을 시작으로 북미, 인도네시아, 홍콩, 대만, 몽고, 일본, 필리핀, 태국 등에서 극장 개봉이 예정됐다.
한국 범죄오락액션의 베테랑 류승완 감독과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등 개성파 베테랑 배우들의 결합, 그리고 재벌 3세를 쫓는 형사의 활약을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녹여낸 영화 '베테랑'은 통쾌한 재미, 짜릿한 액션, 시원한 웃음을 갖춘 2015년 최고의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mcgwire@osen.co.kr
'베테랑'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