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3년. 서울 염창동에서 악명 높은 강간살인사건이 발생해 세상이 떠들썩하다. 이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혈안이 된 강력1팀 팀장 최영진은 자신의 오른팔 조재덕과 함께 잠복수사를 하고, 유력 용의자를 눈앞에 두게 된다. 학예회에 나가는 어린 딸과의 약속마저 저버린 채 잡은 사람은 진범이 아니었다. 과연 강력 1팀의 미래는 희망적일까.
지난 3일 첫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미세스캅’(극본 황주하, 연출 유인식 안길호)은 정의롭고 뜨거운 심장을 가진 경찰 아줌마 영진(김희애 분)과 강력1팀 형사들이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특별 범죄 수사 드라마다.
그간 고상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주로 선보였던 배우 김희애가 욕하고 뛰는, 파격적인 캐릭터 변신을 감행해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더불어 김민종, 손호준, 이다희, 손병호, 이기광 등 인기 배우들이 캐스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주목받았기에 기대가 높아진 게 사실이다.
첫 방송은 합격점이다. 볼거리 있는 영상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기대를 건 시청자들의 마음을 여유 있게 사로잡았다. 1회는 전국 시청률 8.4%(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범인을 잡는 추격과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심장 박동수를 높이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날 연쇄강간살인사건 용의자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과장 염상민(이기영 분)과의 갈등과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딸 하은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형사와 엄마로서 고뇌하는 영진의 모습이 담겼다. 일에 대한 열정과 모성애 사이에서 갈등하는 김희애의 감정과 에피소드별로 펼쳐지는 발 빠른 전개가 안정감 있게 다가왔다.
영진은 동료 및 선배 모두 입을 모아 “잘났다”고 얘기할 만큼 남다른 감과 노련한 수사력을 가진 경찰이다. 이를 이용해 누구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범인을 찾으면서도 수사 과정에서의 실수는 남 탓으로 돌리지 않고 겸허하게 인정하는 자세로 베테랑다운 카리스마를 드러낸다.
그동안 형사가 범인을 쫓고 추격하는 형사물을 많이 접해왔지만, ‘미세스캅’은 일과 가정에서 고민하는 여형사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특별한 형사물인 듯하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기존의 형사들이 며칠씩 밤을 새워가며 범인을 잡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렸다면, ‘미세스 캅’이 가족애를 강조했기 때문인지 보고나서도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물론 범인을 잡는 과정이 중심축을 이룬다.
또 따른 장점은 김희애 캐릭터 하나만 부각되기보다 여러 형사들이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통해 인간의 의리를 담고, 우리 사회의 비리를 아프게 꼬집는다. 세련된 영상미 덕분에 1시간 분량의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잔상이 오래 남는 것으로 봐선 시청자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purplish@osen.co.kr
'미세스캅'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