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호, 심서연의, 심서연에 의한, 심서연을 위한(종합)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8.04 22: 44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윤덕여호에 숙명의 한일전은 심서연의, 심서연에 의한, 심서연을 위한 경기였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4일(이하 한국시간) 저녁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서 열린 일본과의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2차전서 조소현과 전가을의 릴레이 골을 앞세워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뒀다.
역사를 새로 썼다. 이날 승리로 여자 대표팀은 한일전 첫 2연승을 거뒀다. 지난 2008년 3-1 승리 이후 두 번째 역전승이자 남녀 한일전 A매치 사상 첫 추가시간 결승골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도 남겼다.

이로써 윤덕여호는 대회 2연승을 기록하며 오는 8일 열리는 북한과의 최종전서 2005년 이후 10년 만에 정상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심서연(이천대교)을 향한 윤덕여호의 진심 어린 마음이 드러난 한 판이었다. 심서연은 지난 1일 중국과의 1차전서 오른 무릎 십자인대 파열을 당해 이날 홀로 귀국길에 올랐다. '캡틴' 조소현은 0-1로 뒤지던 후반 9분 폭풍 같은 40M 드리블에 이은 동점골 이후 심서연의 등번호 4번이 적힌 유니폼을 펼쳐들며 감동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감동의 여운은 경기 후에도 쉽게 가시지 않았다. 윤덕여 감독은 "서연이가 오늘 귀국길에 올랐다. 같이 못해서 너무 아쉽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승리한 것 같아 정말 기쁘다"며 제자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졌다.
동점골의 주인공인 조소현은 "서연이가 같이 있고 싶어했는데 부득이하게 먼저 가서 우리끼리 서연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줘야겠다고 얘기했다"며 "먼저 골을 넣는 사람이 세리머니를 하자고 했는데 하고 싶었던 내가 할 수 있어 정말 기뻤다. 서연이도 우리에게 걱정하지 말고 '우승하고 오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극적인 역전 프리킥 결승골을 넣은 전가을은 "서연이가 다친 걸 보고 마음을 더 단단히 했다"며 "(권)하늘이가 서연이 세리머니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풀타임 활약을 펼친 김도연도 "애들이 골을 넣으면 꼭 세리머니로 (서연이의) 유니폼을 보이자고 말했다. 준비돼 있던 동작이었다"고 덧붙였다.
후반 교체투입돼 활약한 서현숙은 "언니도 경기를 하다가 다쳐서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경기 전 선수들끼리 언니 몫까지 뛰자고 했다"며 거들었다./dolyng@osen.co.kr
우한(중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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