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믿었던 제작진과 배우들의 합에도 불구하고, 못내 아쉬움이 배어났던 작품이었다. 지난 4일 총 16회로 8주간의 대장정을 끝마친 tvN 월화드라마 '신분을 숨겨라' 이야기다.
'신분을 숨겨라'는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김정민 감독의 차기작, 배우 김범의 제대로 된 상남자 변신, 스크린을 통해 다져진 믿고 보는 배우 박성웅 등의 신뢰 요소들로 인해 방송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드라마였다.
첫 페이지를 넘겼을 때만 해도 분명 성공적이었다. '무간도', '신세계' 등의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잠입 취재라는 매력 가득한 소재를 TV 속으로 끌어들인 점을 비롯해, 클럽에서의 액션, 터널과 엘리베이터 격투신, 목욕탕 고문신 등은 분명 스크린에서 볼법한 액션과 묵직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내 여느 드라마와 차별화를 그었기 때문.
특히 초반 고스트의 수하로 등장한 정선생(김민준 분)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이로 인해 시청자는 다시 한 번 '나쁜 녀석들' 같은 수작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었다.
시청률도 이를 충분히 반영했다. 초반 2회 연속 방영이라는 카드를 내놓으며 2%대를 훌쩍 넘기며, tvN 월화드라마 첫회 중 자체최고시청률까지 기록했으며 전작 '식샤를 합시다2' 이전까지 1% 안팎의 시청률로 머물렀던 스코어를, '식샤를 합시다2'에 이어 다시 한 번 안정적인 2%대로 유지시켜냈다. 그야말로 tvN 월화극 부활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결국 스토리의 허술함은 작품 전체의 발목을 붙잡았다. 반복되는 작위적인 설정, 잠입 취재·수사, 범죄 등의 과정에서 치밀함이 모자랐던 면은 초중반을 넘기면서 점점 '신분을 숨겨라'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주요인이 됐다. 앞서 '별순검 시즌3'의 대본을 썼던 강현석 작가가 홀로 '신분을 숨겨라'를 마지막까지 끌고 가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시청자들은 우스갯소리로 '작가를 숨겨라'라는 말을 심심찮게 내뱉었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돋보이는 액션신, 배우들의 부족함 없는 열연 등은 부족한 완성도를 잠시나마 잊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케이블에서 이 정도 급의 배우들을 캐스팅해 이런 퀄리티의 드라마를 만들어내 선보이는 것 자체 만으로도 무조건적으로 박수를 보내던 시기가 있긴 했다. 다만, 여전히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작품의 완성도를 논하기엔, 이미 tvN, OCN을 필두로 한 케이블 드라마의 수준이 몇 단계 높아졌다. 또한 상대적으로 시청자들의 기대치 역시 더불어 올라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신분을 숨겨라'는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높았던 작품이었다. /gato@osen.co.kr
tvN 제공, '신분을 숨겨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