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악을 쫓는 열혈 형사다. 돈의 힘을 믿고 까부는 재벌 2세를 신나게 때리고 부수고 응징한다. '베테랑' 황정민이다. 이 배우? 선과 악, 그리고 중간계를 넘나드는 게 특기다. "드루와 드루와~" 무수히 칼침을 맞고 쓰러지던 '신세계' 조폭 보스 정청이 어느새 경찰 배지를 들이밀며 관객들의 시선을 유혹하고 있다.
거장 대열에 올라선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테랑'은 한 마디로 쩐다. 더 이상의 액션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신나게 주먹을 휘두르며 아날로그 감성을 일깨운다. 거기에 시시때때로 빵 터지는 오달수표 한방 웃음은 보너스다. 류 감독은 이제 액션이란 자신의 주무기 위에 코미디로 기름칠하는 스킬까지 첨부했다. '암살' '협녀' 'MI5' 등 대작들이 판치는 올 여름 극장가에서 '베테랑'이 기대작으로 단연 주목받는 배경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황정민 있다. 류 감독의 의도를 이처럼 정확하게 스크린 위에 풀어놓을 배우는 흔치 않다. 러닝타임내내 관객을 뒤흔드는 '베테랑'의 파도타기는 황정민이니까 가능했을 듯하다.
'베테랑'은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그린 작품. '부당거래' 등으로 류승완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황정민이 베테랑 광역수사대 서도철 역을, 유아인이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황정민의 닳고 닳은 연기력에 힘입어 유아인도 역대급 악역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상대의 색깔을 더 진하게 칠해주는 게 황정민표 리액션이다.
한동안 포레스트 검프처럼 가족만을 위해 한평생을 살거나('국제시장'), 사랑에 눈먼 사채업자였거나('남자가 사랑할때') 화교 출신의 능글맞는 조폭으로 살았던('신세계') 그가 모처럼 형사 본능을 되살린게 바로 '베테랑'이다. 해마다 한 두 편씩 꼬박꼬박 쉬지않고 영화를 찍는 모범생 배우답게 황정민이 연기한 형사 캐릭터도 벌써 여러 개('사생결단' '부당거래'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다. 악역이건 형사건, 어느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도 전혀 다른 인물로 재탄생하는 게 황정민의 매력 포인트고 생명력이다.
예능 감도 뛰어나서 영화 홍보에도 앞장 선다. 최근 SBS 예능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출연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런닝맨' 게임에서 자신의 신분을 경찰이라 지정한 그는 금괴를 찾는 마피아 팀을 소탕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예능 출연도 일단 결정한 이상 그에게는 최선을 다해 연기해야할 생업인 것이다.
"스태프들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 하나 달랑 얹었을 뿐.."이라는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으로 유명세를 탔던 그다. 상복은 없지 않았지만 흥행 운이 좋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최고의 연기파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며 쉬지 않고 다작을 했음에도 '국제시장' 전까지 관객 500만 벽을 넘지 못하더니 드디어 천만배우로 등극했다. 정작 황정민 본인은 "흥행은 무슨, 배우하면 좋지 뭐"라며 너털웃음이다.
2015년 '베테랑'은 황정민의 액션 필모그래피에 새로은 이정표를 추가할 게 확실하다./mcgwire@osen.co.kr
sbs '런닝맨' 캡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