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의 민낯이 드러나 서인국을 안타깝게 했다. 20년 동안 헤어져 살았던 이들이 다시 만나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아슬아슬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시간. 이 행복이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보여준 박보검의 말이 시선을 끌어당겼다.
5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에서는 현지수(임지은 분)가 살해당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현지수는 승진을 위해 사이코패스 이준영(도경수 분)과 거래했고, 결국 그가 탈옥하는 것을 돕게 된 인물. 현지수는 사라진 이준영이 이준호(최원영 분)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의 정체를 밝혀줄 증거인 지문을 현(서인국 분)에게 넘기려고 하다가, 이준호에게 구원받은 최은복(손승원 분)에게 살해당했다.
경찰 간부 현지수의 죽음은 충격적. 지안(장나라 분)은 이준영의 조력자가 경찰 내부에 있음을 직감하고, 이준영에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이준영의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어 긴장감을 높였다. 하지만 현지수의 죽음에 민(박보검 분)이 보인 반응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민은 현지수를 죽인 범인을 쫓는다는 현의 말에 "범인을 왜 잡지? 잘 죽은 거 아니야? 이준영의 탈옥으로 모든 게 시작됐어. 다 이 여자로부터 시작됐다고. 그럼 잘 죽은 거 아니야? 아니, 이 여자가 지은 죄에 비하면 너무 편안하게 죽은 거 아닌가? 나였다면 그렇게 편하게 보내주진 않았을 텐데. 아까워"라고 말한 것.
민은 현지수가 이준영과 거래하다가 결과적으로 그의 탈옥을 도운 셈이 됐고, 탈옥한 이준영이 아버지 이중민(전광렬 분)을 죽이고 자신을 납치해 현과 20년 동안 생이별해 살게 됐던 일에 대한 분노를 마치 어린아이처럼 드러내 현을 놀라게 했다. 민의 공격적인 모습은 이준영이 20년 동안 민을 양육하면서, 민의 마음속 나쁜 늑대에게 먹이를 주고, 살인자의 본성을 꺼내도록 했다는 것을 알게 해 현을 서글프게 했다.
민은 그간 변호사 정선호의 삶을 살아가면서 냉철하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형인 현의 앞에서 경계를 풀고, 본모습을 오롯이 드러낸 이 장면은 그의 사이코패스 기질을 옆에서 돌봐주지 못한 현의 자책과 뭔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민의 어리둥절한 표정이 어우러지며 안타까움을 안겼다. 또 그래도 괜찮다면서 민을 다독이는 현이 민을 바꿔나가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은 이 형제의 애틋한 형제애를 엿보게 해 시선을 끌었다. 현은 민을 바꿀 수 있을까. 이들 형제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관심을 끈다. /jykwon@osen.co.kr
'너를 기억해' 방송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