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세스캅’ 첫방이란다. 아, 내 방송을 모니터 해야 하는데 또 개인기를 위해, 예능을 위해, 에피소드를 위해 희애 누나 연기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데. 이런 고민을.”
배우 김희애를 성대모사한 개그맨 김영철이 지난 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본인이 출연하는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와 김희애의 주연작 SBS 월화드라마 ‘미세스캅’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고민했다. 모니터를 위해 자신의 방송을 봐야하지만 예능에서 보여줄 개인기를 위해선 절대 놓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재미를 위한 성대모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 아줌마 캐릭터를 희화화하기 어렵게 김희애가 강도 높은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과 엄마로서 고민하는 최영진 경감을 맡은 김희애의 감정 연기가 돋보인다. “참 말 안 듣게 생겼다. 경찰서 담벼락에 딱 붙어서 좋댄다. 이 미친X” “걱정마 잡으면 내가 아주 죽여버릴 테니까” “살냄새 땀냄새 똥냄새까지 섞은 지가 벌써 몇 년인데” “바지 내렸으면 다 쌀 때까지 못 나가” “왜 앙탈이야” 등 무섭고 잔인한 대사를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쏟아낸다.
김희애는 ‘미세스캅’(극본 황주하, 연출 유인식)에서 노련하고 능수능란한 수사력, 세상을 끌어안는 따스함, 산전수전 다 겪은 능구렁이 같은 뻔뻔함을 가진 경찰 아줌마다. 남자 형사도 때려잡기 힘든 흉악범을 단 몇 마디로 기죽이고 수갑을 채운다. 내 자식 같은 아이를 위해 억척스럽게, 부끄러운 줄 모르고 소리치는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다. 아름다운 얼굴로 립스틱 대신 능글능글한 철판과 걸쭉한 입담을 선택했다.
지난 4일 방송된 2회는 딸 하은이를 위해 퇴사했던 최영진이 결국 수사 현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강력5팀으로 복귀, 연쇄살인범 남상혁(이재균 분)을 검거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이날 범인으로 오해했던 남자의 아들이 남상혁의 칼에 잔인하게 살해당했고, 이에 분노한 영진은 그를 향해 총을 겨누며 긴장감을 높였다.
이날 몇 장면만 봐도 김희애의 연기가 빛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표를 내고 오랜 만에 딸을 위한 아침식사를 차리면서 헐렁한 티셔츠에, 대충 묶은 머리는 아줌마를 그리기 위한 그녀만의 연출이었을 것이다. 주연급 여배우라면 자신의 속살을 보이는 데 부끄러워하겠지만, 김희애는 이날 집안일이 서툰 빵점짜리 엄마를 현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늘어난 티셔츠 아래로 하얀 속살을 드러냈다. 물론 군살 하나 없는 점이 아줌마라기보다 20대 아가씨로 보였지만 말이다.
만약에 김영철이 열혈 형사 김희애를 성대모사 한다면 어떤 장면을 잡아낼까? ‘오버DNA’가 발동해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특유의 표정으로 총을 겨누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니면 거친 욕을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개그계 대세로 떠오른 김영철이 잘 살려내겠지만 왠지 빵 터질 정도로 웃기진 않을 것 같다. 이미 ‘사랑이 야속한’ 하춘화와 ‘놓치지 않겠다’는 김희애 캐릭터로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성대모사를 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욕심을 잠시 접어놓아하겠다. 김희애가 보여줄 진지한 경찰 아줌마가 기대된다./ purplish@osen.co.kr
'미세스캅'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