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셈블리' 속 촌철살인 명대사가 화제인 가운데 정치인의 비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공감을 사고 있다.
KBS 2TV 수목드라마 ‘어셈블리’(극본 정현민, 연출 황인혁, 최윤석, 제작 어셈블리문전사 KBS미디어 래몽래인)속에서 송곳 같은 풍자와 함께 정치인들의 희로애락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 정치를 외면했던 시청자들에게도 많은 공감을 사고 있다.
정치가라는 타이틀만 떼고 나면 보통의 직장 파벌싸움과 하나 다를 바 없는 게 드라마 속 국회의 현실이다. 장소가 국회라는 것을 가리고 들여다 본 '어셈블리'에서는 하루하루 아등바등 살아남기 위한 여느 회사, 보통의 삶과 다를 바 없는 미생들이 꿈틀대고 있었다. 심지어 어두운 앞날에 꼼수와 야합으로라도 연명하려고 발버둥치는 정치인들에게서 다른 듯하면서도 나와 꼭 닮은 애처로운 모습이 보이는 순간은 짠한 공감마저 불러일으킨다.
극중 얼떨결에 백도현(장현성 분)의 후광으로 국회의원이 된 진상필(정재영 분)은 강상호(이원재 분)의 말마따나 '친청계의 낙하산 신입사원'이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진상필의 좌충우돌은 곧 백도현의 실각으로 이어질 만큼 중대한 실수로 온전히 그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이후 조직의 생리를 깨닫게 된 진상필은 중징계로 겁박당하고 공천을 받기 위해 백도현의 심복을 자처하며 처량한 총알받이 쫄병 신세가 되고 말았던 것. 하지만 백도현은 자신에 과잉 충성하는 진상필을 내려보면서 차분히 토사구팽을 준비고 있었다.
실세 정치인으로 그려지는 인물들도 슈퍼 갑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먼치킨들은 아니다. 여당의 양대 계파의 수장인 백도현과 박춘섭(박영규 분) 역시 위, 아래 눈치를 다 살피고 살얼음 같은 정치 지형도와 역학관계를 꿰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오죽하면 한발만 삐끗해도 '여의도 고급백수'로 전락한다는 말을 듣겠는가. 이들은 때로는 약점으로 협박을, 때로는 야합으로 이익을 나누면서 정글 같은 정치세계를 헤쳐가고 있다.
백도현은 차기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꼬리를 말고 경제시로 지역구를 옮기기 위한 꼼수를 써야만 했고, 5선의 노장 박춘섭마저도 끊임없는 계파관리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버거운 상황이다. 이들의 심복인 홍찬미(김서형 분)와 강상호 역시 백도현의 현지처와 반청계의 아바타로 불리며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상대를 헐뜯기도 살살 구슬리기도 해가며 돌격대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드라마 속 국회의 모습은 결코 능력만 가지고 살아남을 수 없는 무한 경쟁체제의 잔인한 시대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최인경(송윤아 분)처럼 정치만 잘 알고 잘 한다고 국회의원이 될 수도 없고 국회의원이 된 뒤에도 지긋지긋한 직장생활처럼 관계의 정글을 헤쳐나가야만 한다. 백도현의 비겁한 꼼수도, 홍찬미의 속보이는 아부마저 생존 전략이고 박춘섭의 부지런한 관리도 정치 기술이다.
이처럼 극중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서로 갈등과 타협을 하면서 기존의 정치시스템에 순응하고 굴복하는 반면 살생부로 인해 공천의 노예신분에서 벗어나게 된 진상필은 순수했던 초심을 각성하고 구태정치에 저항하게 될 전망이다. 이제 드라마는 비겁한 현실과의 타협이 아닌 새로운 도전과 개척으로 생존과 성장을 모색하는 진상필의 우직한 성장기를 따라갈 예정이다.
‘어셈블리’는 무식해서 용감하고, 단순해서 정의로운 용접공 출신 국회의원 진상필이 '진상남'에서 카리스마 '진심남'으로 탈바꿈해가는 유쾌한 성장 드라마.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회’의 세세한 이면과 ‘정치하는 사람들’의 사실감 넘치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한국 정치의 단면을 가감 없이 그려내고 있다.
살생부에 오른 정재영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면서 극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할 예정인 ‘어셈블리’ 7회는 5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jykwon@osen.co.kr
어셈블리문전사 KBS미디어 래몽래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