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주원은 ‘믿고 보는’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이보다 솔직할 수 없는 속물 연기와 영화 뺨치는 화려한 액션으로 ‘굿 닥터’가 아닌 ‘용팔이’로 제대로 변신했음을 알렸다.
주원은 SBS 새 수목드라마 ‘용팔이’에서 장소와 환자를 가리지 않고 고액의 돈만 준다면 조폭도 마다 않는 외과의사 김태현 역을 맡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드라마는 주원이 원톱으로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지난 4일 첫 방송된 ‘용팔이’ 속 주원은 혹시나 하는 우려조차도 무색하게 만든 캐릭터 소화력으로 극을 '하드캐리(무너져가는 경기를 월등히 뛰어난 유저가 이끌고 간다는 뜻의 게임 용어)‘했다.
더욱이 주원은 지난 2013년 KBS 2TV 드라마 ‘굿 닥터’ 이후 두 번째 의사 가운을 입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미지가 겹치지 않을까하는 시선도 있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굿닥터’에서의 주원은 서번트 증후군을 진단 받은 순수한 매력의 천재 의사로 묘사됐다면, ‘용팔이’에서의 주원은 똑같이 천재라는 점만 빼고 모든 것이 달랐다.
이날 방송에서 자신이 살린 환자가 VIP라는 것을 안 태현은 환자의 가족들을 만나 “다행히 수술을 잘 마쳤다”라고 전한 뒤, 고맙다는 인사에 “교회에 다니신다고 하니 저희같이 뒤에서 노력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해 달라. 그렇게 고마우면 감사 헌금은 꼭 해라. 성경에도 그런 말이 있지 않냐. 보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이 있느니라”라며 대놓고 돈을 요구했다. 이 대목만으로 그가 전작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원이라는 배우의 매력은 끝없는 변신을 제외하고도, 놀라울 정도로 캐릭터에 스며드는 몰입력에 있다. 외과 교수나 과장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실력을 가졌다는 설정에 맞게 수술에 임하는 태현의 모습은 실제 의사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진지하면서도 어색함이 없었다.
그렇다가도 아픈 동생 소현(박혜수 분)에게는 한없이 약한 ‘동생 바보’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다. 그에게 동생은 위험을 감수하고 불법 왕진을 다니는 ‘용팔이’가 된 이유 그 자체이기 때문. 극이 진행되는 내내 능글맞으면서도 돈만 밝히는 속물 같던 그가 유일하게 인간미 넘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처럼 주원은 돈을 위해서라면 조폭도 치료하는 속물 의사였다가, 동생을 위해 무엇이든지 할 듯한 자상한 오빠였다가, 또 햇병아리 인턴들을 골리는 장난기 넘치는 선배로 자유자재로 오가며 역할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러한 그의 섬세한 연기가 극을 더욱 흡입력 있게 만들었음은 물론. 겨우 1회, 이미 입증된 주원의 활약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진행되는 전개에서 또 어떤 연기로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길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용팔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