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흠 잡을 데 없는 일명 ‘구멍이 없는’ 지상파 평일 드라마가 등장했다. ‘용팔이’가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했다는 호평 일색의 반응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한 것. 배우 주원이 그리는 메스를 든 영웅의 짜릿한 이야기는 ‘오랜만에 볼 드라마가 생겼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방송도 하기 전에 불거진 잡음은 액땜이었다.
지난 5일 첫 방송된 SBS 새 수목드라마 ‘용팔이’는 고액의 돈을 받고 조폭들의 비밀 치료를 하는 의사 김태현(주원 분)의 위험천만한 생활이 그려졌다. 의사가 등장하는 드라마였지만 의학 드라마는 아니었다. 의사가 주인공인 성장 혹은 멜로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용한 돌팔이라는 뜻의 ‘용팔이’로 불리는 태현은 최고의 실력을 가진 외과의사였지만 아픈 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거액의 돈이 필요했다. 태현이 어쩌다 불법 의료행위를 저지르게 됐는지 당위성은 확보했다. 그에게 의료행위는 돈과 결부돼 있을 수밖에 없었다. 태현의 결핍요소는 인간적인 영웅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오로지 돈만 바라보는 것처럼 보이나 태현은 사실 책임감이 투철하고 생명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정립돼 있는 의사였다. 속물 의사로 표현됐지만 내면에는 사람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강한 태현, 그리고 태현이 일하는 병원의 상속녀인 한여진(김태희 분)의 베일에 가려져 있는 정체가 흥미를 자극했다.
첫 방송은 8할이 주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태현의 고군분투기가 대다수의 이야기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포문을 연 여진의 투신의 진짜 이유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태현이 진짜 의사로 성장하는 과정, 여진과의 관계가 앞으로 ‘용팔이’가 다룰 이야기라는 사실을 예측하게 만들었다.
‘용팔이’의 이야기는 흡인력이 강하다. 무엇보다 박진감 있게 이야기를 펼친 연출 역시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요소였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세련된 감각의 연출은 촬영 전 잡음이 많았던 이 드라마가 기대이상의 완성도를 지녔음을 증명했다. 특히 약점이 있는 의사 태현의 사람 구하는 영웅기가 상당히 재미가 있었다. 병원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매회 태현과 연관된 사건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힘은 배우 주원이다. 연기 잘하는 배우 주원은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이 있는 태현으로 완벽하게 분했다. 태현에게 시청자들이 쉽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주원의 안정적인 연기 덕분이었다. 주원은 데뷔 후 안방극장 흥행보증수표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 높은 드라마의 중심에 있었다. 어떤 캐릭터든 자유자재로 변신이 가능한 배우로서 큰 장점이 있는 이 배우는 ‘용팔이’에서는 빠질 수밖에 없는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의사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주원이라는 배우에 대한 높은 호감도는 다소 현실성 없는 영웅으로 그려지는 태현에게 마음이 쏠리게 만들었다.
사실 이 드라마는 첫 방송 전 연출자가 교체되고 출연이 확정됐던 배우가 하차하는 잡음을 겪었다. 시작 전 요란했던 제작상의 불협화음, 그로 인한 촉박한 촬영에도 드라마는 일단 재밌었다. 다만 아직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이자 연기력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배우 김태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 그가 출연하는 기존 작품과 마찬가지로 우려 요인이다. ‘용팔이’의 강렬한 포문을 열었지만 별다른 대사가 없었던 탓에 김태희의 변화된 모습을 보지는 못했던 상황. 극의 전개상 초반 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가운데, ‘용팔이’가 김태희의 연기 변곡점이 되는 동시에 기분 좋은 첫 방송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jmpyo@osen.co.kr
‘용팔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