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베테랑' 주당파? 다들 정해진 술 있었다"[인터뷰]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8.06 07: 22

역대급 악역의 등장이다. '베테랑' 유아인이 생애 처음으로 본격적인 악역 도전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로 미소짓고 있다. '베테랑'은 5일 개봉 첫 날에 '암살' 'MI5' 등 대작들을 꺾고 박스오피스 1위로 나서면서 올 여름 극장가 대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실제의 유아인은 섬세하고 감성적인 인물이다. 천진하고 순수하다. 그 모습에서 '베테랑' 속 조태오(유아인 분)를 떠올리기 쉽지 않다. 그만큼 조태오는 악랄하다. 흥행작 '완득이'를 통해 연기파 청춘스타의 선두주자로 급부상한 유아인은 이번 악연 변신에서 상상 그 이상, 일반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내공을 선보여 눈길을 모으고 있다.
특히 '베테랑'에서 유아인을 잡자고 덤비는 형사들로 황정민 오달수가 등장한다. '국제시장'에서 천만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계 최고의 베테랑 배우들이자 명콤비다. 젊은 유아인이 이들과의 연기 합에서 기 죽거나 밀리지 않고 연기했다는 자체가 대단한 사실일 터.

오히려 유아인은 열 받은 황정민을 눙치고 어르며 역대급 악역의 탄생을 알렸다. 황정민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악역 연기를 과시할 때 종종 등장하는 '달콤한 인생' 백사장이나 '신세계' 정청과는 완전히 다른 21세기 최첨단 악역 스타일을 그린 것이다.
한 마디로 조태오는 기존 악역과 큰 틀에서 궤를 달리한다. '추격자' 하정우나 '악마를 보았다' 최민식처럼 냉혹한 연쇄살인마는 아니고, '타짜' 김윤석이나 '살인의뢰' 박성웅같은 마초 스타일 범죄자와도 다르다. 톱클래스 변호사들을 옆에 끼고 법의 한계를 조롱하며 소수의 잘난 그들과 길거리 양들를 구분해 사는 재벌 갱스터 류의 장르를 창출한 셈이다.
=황정민과 유해진은 류승완 감독의 전작 '부당거래'(2010)에 출연했고, 황정민과 오달수는 영화 '국제시장'(2014)에서 함께 했다. 한 번씩 호흡을 맞췄던 경험이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어떻게 적응했나.
"적응을 잘 하는 편은 아니다. 예전보다 능글스러워졌지만, 편하지는 않다. 현장이 일하는 놀이터라고 하면 '베테랑'은 아저씨들과 놀아야 하지 않나. (웃음) 까불어도 정말 잘 받아주신다. 가까워지려고 애쓴다는 걸 알아주시는 거다. 선배님들은 제가 술자리에 자주 안 갔다고, 농담조로 서운해 하신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술자리를 많이 갔다. 다들 정해진 술이 있다. 오달수 선배는 막걸리, 황정민 선배와 유해진 선배는 소주. 혼자 맥주 마셨다."
=황정민과의 마지막 대결신이 인상적이다. 어땠나.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촬영 시간이 길고, 밤에만 찍어야 하는데 덥고 모기가 정말 많았다. 끝나고 마사지를 받기도 하고, 실제로 잘 못 걷어차서 피멍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뻥 뚫린 야외에서 큰 동선으로 움직이니까 전작에서보다 속 시원한 부분이 있었다.
=여러모로 '베테랑'에 대한 흥행 욕심이 날 것 같다.
"엄청나다. 내가 진짜 상업영화 시장에 깊숙이 들어왔다는 생각은 든다. 흥행 자체 보다는 '엉겁결에 이런 여름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하게 됐구나'라는 생각은 한다. 예전에는 흥행에 대한 태도가 심드렁했다면, 이제는 사랑 받고 싶다는 마음이다."
=세월의 흐름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얼굴은 지금도 앳되다. (웃음) 하지만 나이를 떠나서 이야기를 못할 것 같다. 데뷔하는 신인이라면 이미지나 나이에 자유로울 텐데, 지금 얼굴과 이미지로 여러 작품을 했다. 덕분에 사랑 받았지만, 소진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연기라는 것이 내 마음껏 노는 게 아니라, 어떤 계단을 밟아가면서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드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조태오를 포함해, 매 캐릭터 마다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 변화를 추구하는 힘은 어디서 오나.
"나이가 들면 당연히 더 잘해야 한다.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배우는 당연히 연기를 잘해야 하고, 열심히 하는 건 칭찬 받은 일이 아니라고 하셨다. 20대 때는 스타의 언저리를 맴돌았다.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고, 그럴수록 좀 더 연기에 집중해 믿음직스러운 무게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시류에 편승한 작품보다는 배우로서 나의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들을 최대한 선택하려고 했다. 다만 그런 식으로 흘러오다 보니까 발랄하고 경쾌한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주변에서 생각하신다. 사실 그렇지 않다. 가볍게 살고 있다. (웃음)"
=평소 꾸준히 성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철들은 것인가. (웃음)
"철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슬퍼진다. 아직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항상 똑같다. 과거에는 뭐가 튀는 걸까 궁리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차별화된 무엇을 보여드리려고 고민한다. 과거에도, 지금도 끊임없이 고민한다."/
유아인은  JTBC 드라마 '밀회', SBS 드라마 '패션왕', 영화 '깡철이', '완득이' 등 전작들에서 주로 착하고 감성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흔들리고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그리는 데 주력했다. 여성 팬들이 환호하는 그런 캐릭터들이 아직 잘 어울리고 CF 많이 잡기에 최적화된 캐스팅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유아인은 한류스타로서의 이같은 메리트와 유혹들을 뿌리친채 악역 연기로 숨겨왔던 에너지를 폭발, '베테랑'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mcgwire@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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