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배우 조현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 하나였다. 바로 ‘부드러움’. 그랬던 그가 ‘용팔이’를 통해 과감한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그것도 하나뿐인 여동생을 죽이려는 절대 악인으로.
조현재는 지난 5일 첫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에서 여동생 여진(김태희 분)을 강제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게 만든 한신그룹 회장 한도준 역을 맡았다. 전작 ‘러브레터’, ‘서동요’, ‘49일’ 등에서 그가 연기했던 역할들을 살펴보면 이번 변신이 얼마나 파격적인지 알 수 있다.
사실 이번 악역에의 도전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워낙 선하게 생긴 외모에다가 그간 맡아왔던 역할도 부드러운 ‘훈남’ 이미지였기 때문. 하지만 이날 첫 방송을 통해 공개된 그의 모습은 짧은 순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길 만큼 인상적이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한도준이 여동생 여진을 의도적으로 깨우지 않고 잠재운 채 주변인들의 접근을 막는 모습이 그려졌다. 서자 출신인 자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이러한 악행을 저지른 것.
뿐만 아니라 고요히 잠든 여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동안 잘 있었냐. 오라비가 자주 찾아와보지 못하고 미안하다”라며 다정한 오빠 행세를 하다가 곧 “그나저나 밖에는 너 하나 알현해보자는 것들이 줄줄이다”라고 비아냥거리며 실소하는 모습으로 소름을 유발했다. 이를 들은 여진이 잠재의식 속에서 내뱉은 “악마”라는 말이 적절한 표현이었다.
방송 전 많은 이들이 걱정했던 그의 선한 마스크는 오히려 한도준이라는 캐릭터의 악함을 극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한없이 부드러운 외모가 사실은 내면의 잔인함과 추악함을 감춘 가면과도 같은 역할을 하며 반전을 더했다.
조현재는 각종 멜로드라마에서 주연을 꿰차며 종횡무진 했던 2000년대 초반과는 달리, 어느 순간부터 꾸준한 작품 활동에도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용팔이’는 무언가 다르다. ‘훈남’이라는 이미지에 갇혀있던 틀을 깨고 과감하게 악역으로 변신, 색다른 매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 그렇기에 다시 대중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킬 기회를 얻은 조현재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한편, '용팔이'는 '장소불문 · 환자불문' 고액의 돈만 준다면 조폭도 마다하지 않는 실력 최고의 돌팔이 외과의사 '용팔이'가 병원에 잠들어 있는 재벌 상속녀 '잠자는 숲속의 마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스펙터클 멜로드라마다. / jsy901104@osen.co.kr
‘용팔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