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웠던 김소은은 온데간데 없고, 독기만 남은 김소은만 남았다. 같은 인물이 연기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1인 2역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다. 김소은의 재발견이다.
MBC 수목극 ‘밤을 걷는 선비’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뱀파이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귀라는 흡혈귀는 조선의 왕 위에 군림하며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캐릭터. 그에게 복종하는 왕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성열은 정현세자의 벗으로 정현세자가 귀에 맞설려고 할 때 도움을 준다. 그 과정에서 귀의 스승에게 물려 흡혈귀가 된다. 명희는 성열과 열렬한 사랑을 나누는 사이. 두 사람은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성열이 흡혈귀가 되면서 두 사람의 행복은 물거품이 된다. 명희는 흡혈귀가 된 뒤 피를 먹지 않아 죽어가는 성열을 위해 자결을 하고 자신의 피를 준다.
120년이 흐른 뒤, 성열은 우연히 혜령을 만나게 된다. 명희와 똑같은 외모의 혜령에 복잡한 마음을 가지지만, 결국 혜령과 명희는 전혀 다른 인물임을 알게된다. 명희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까지 희생하는 착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였다면, 혜령은 복수만을 위해 살아가는 여자. 혜령은 귀에게 복종하기 위해 자신까지 바친 아버지를 원망하는 힘으로 살고 있다. 딸을 흡혈귀에 바친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마저 충격으로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황.
혜령은 귀의 수하가 된 뒤 아버지보다 큰 힘을 갖기 위해 왕의 여자가 되려고 한다. 6일 방송에서도 귀의 명령을 수행하는 혜령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성열이 양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안 귀는 혜령을 시켜 양선을 감시하게 했다. 혜령은 양선을 감시하며, 세손 윤도 양선을 좋아하다는 사실에 “정말 대단한 아이다”고 질투와 경멸이 담긴 시선을 보였다.
이날 혜령은 귀에게 자신의 야망을 밝히면서도 독기 품은 눈빛으로 시청자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드라마 초반 이준기와 알콩달콩 사랑을 하며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던 김소은. 특히 이준기에게 했던 “은혜한다”는 사랑고백은 두고두고 회자가 됐다. 그런데 120년 뒤 전혀 다른 인물로 나타나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 사랑스러웠던 김소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차갑고 독한 눈빛과 표정으로 돌아왔던 것. 김소은은 1인 2역을 제대로 소화해내며 성장한 모습을 선사하고 있다. / bonbon@osen.co.kr
‘밤을 걷는 선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