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팔이’ 주원의 연기가 엄청나다. 연기를 위해 태어난 배우처럼 매 장면 시청자들을 단번에 몰입시키는 에너지가 놀라울 정도다. 분명 극에 판타지 같은 요소가 있는데도 마치 주원은 실제 있는 일처럼 느끼게 하는 힘이 있다.
주원은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극본 장혁린, 연출 오진석)에서 장소와 환자를 가리지 않고 고액의 돈만 준다면 조폭도 마다 않는 외과의사 김태현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주원은 극에서 왜 VIP, 돈에 집착하고 그러면서도 환자의 목숨을 끝까지 살리려고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태현을 상당히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지난 6일 2회분에서도 주원은 시청자들이 태현의 상황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해줬다. 경찰에게 쫓기는 조폭 두목 두철(송경철 분)을 두고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고 살려내고 무연고자 환자를 위해 수술을 감행, 영웅적인 면을 보여주는가 하면 VIP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는 아픈 과거가 있는 태현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단 2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태현에게 빠져 태현을 이해하고 응원하기 시작했다.
이날 주원은 다양한 면을 보여줬다. 카체이싱 장면과 두철과 자신에게 에피네프린을 주사하고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에서 거친 남자의 매력을 발산, 여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에서 의사가운을 입은 주원은 지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돈만 밝히는 의사지만 최고의 능력으로 인정받는 의사의 모습은 또 다른 반전의 매력이 있었다.
특히 태현의 과거가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시청자들에게 뭉클함과 놀라움을 동시에 선사했다. 먼저 뭉클함은 태현이 VIP 집착남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때문이었다. 태현의 어머니(김나운 분)이 죽은 이유가 태현의 어려운 형편 때문이었던 것. 태현의 어머니가 사고를 당해 응급실에 실려왔을 때 수술을 하려고 했지만 그때 VVIP의 응급수술이 잡히면서 수술을 받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리고 태현은 어머니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한없이 울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태현의 처지가 안타깝기만 했다.
이 장면이 놀라웠던 건 주원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주원은 눈앞에서 어머니가 VVIP 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걸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태현의 상황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눈이 충혈 되고 코가 빨개질 정도로 오열했고 수술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애원의 눈빛을 보내는 주원의 연기는 시청자들이 태현의 감정이 어떨지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의 연기는 ‘살아있다’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했다.
뮤지컬을 통해 내공을 쌓으며 2010년 ‘제빵왕 김탁구’를 시작으로 ‘오작교 형제들’, ‘각시탈’, ‘7급 공무원’, ‘굿닥터’ 등 최고의 연기력을 인정받은 주원은 이미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용팔이’에서의 연기는 그저 ‘잘한다’라는 표현이 부족하기만 하다./kangsj@osen.co.kr
SBS ‘용팔이’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