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권오중의 고생길이 훤해 보인다. 여행 가이드로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실제 가이드 분들이 욕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부담이 컸다는 그는 가이드의 진정한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이드와 비서 사이의 외줄 타기에서 가이드로서의 균형을 유지하기란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6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가이드’에서는 파리에 도착한 고객님들과 그들을 이끄는 수석 가이드 권오중의 고군분투가 그려졌다.
파리에 도착한 이들은 숙소 앞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과 4층 숙소까지 계단으로 무거운 짐을 옮겨야 했던 것. 이를 본 강경란․한영재 고객님은 “우리 짐은 우리가 가져가야지”라는 말과 함께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고객님들은 짐을 옮기는 일에 난색을 표했고, 이에 김창옥은 “가이드들이 가지고 가겠다”며 짐꾼 노릇을 자처했다. 어머님들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김창옥의 말에 권오중은 단호하게 반대하며 “본인들이 가져가시라”고 말했지만, 결국 짐 옮기기는 가이드들의 몫이 됐다. 이어 권오중은 김창옥에게 “연장자들이 가지고 올라가는데 젊은 분들이 안 가지고 올라가면 뭐가 되냐”며 화가 난 모습을 보였고, “가이드는 비서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짐꾼이 아닌 가이드의 진정한 역할에 대해 누구보다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다음날에도 권오중의 고생은 계속됐다. 개선문을 구경한 뒤 자유 시간이 주어진 고객님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관광을 했다. 자유 시간에 앞서, 모임 장소와 시간을 공지한 권오중의 말에 따라 한 팀은 무사히 돌아왔지만, 나머지 한 팀은 약속 시간이 15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공지를 제대로 듣지 않은 한 팀은 길을 헤매다 자신들이 타고 가야 할 버스에 미리 타버렸던 것. 약속 장소를 지키지 않은 이들에게 화가 난 권오중은 “약속을 왜 해요, 패키지여행인데 각자 자유여행 가시죠”라고 말했고, 처음 보는 권오중의 차가운 태도에 고객님들은 눈물을 흘렸다. 예상치 못한 눈물에 당황하면서도 패키지여행의 기본인 단체 약속의 소중함을 강조한 권오중은 계속 되는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하려 일부러 다가가 말을 걸고, 단체 사진을 찍어주는 등 애를 썼다. 하지만 고객님들의 마음은 쉽게 풀어지지 않았고, 한 번 벌어진 사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권오중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한편 권오중의 미숙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점심 식사를 하러 간 식당에서 스케이크 인줄 알고 시켰던 음식이 ‘타르타르 스테이크’라는 우리나라 육회와 같은 요리가 나와 이를 받아 든 고객님은 생고기가 나왔다며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권오중은 주문에 잘못이 있었음을 자각하지 못한 체 할 일을 끝냈다는 표정으로 재 주문을 한다거나, 요리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지 않고 자신의 식사에만 열중해 그가 말하는 진정한 가이드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해외여행이 처음인 고객님들과 초짜 가이드의 좌충우돌 여행기. 서로 맡은 역할이 처음이기에 더 낯설고 힘들어 보이는 여행 속에서 그들은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무사히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또한 권오중을 진정한 가이드로서 거듭나게 하는 건 그가 손에서 놓지 않고 들고 다니는 가이드 책도, 풍부한 관광지 지식도 아닌, 고객님들과의 교감이라는 것 역시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가이드’는 권오중, 안정환, 박정철, 서울여대 김창옥 교수가 여행이 절실한 주부 8명과 유럽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담는다. 출연자들은 지난 5월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를 거치는 6박 8일 여행을 다녀왔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방송. / nim0821@osen.co.kr
‘가이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