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시청률 불경기 시대다. 시청률 40%를 우습게 넘기던 시절이 언제냐는 듯, 지금은 주말극, 일일극 너나할 것 없이 10%대만 나와도 감지덕지라고 한다. 그런데 첫 회부터 반응이 심상치 않더니 2회 만에 2.5%나 상승한 시청률로 이목을 집중시킨 드라마가 있다. 바로 주원이 이끄는 ‘용팔이’다.
7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6일 방송된 ‘용팔이’ 2회는 전국 기준 14.1%를 기록, 동시간대 방송된 드라마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5일 방송된 1회에서 11.6%로 출발한 것에 비해 확 오른 수치로, 수목드라마는 물론이고 평일 심야 드라마 시청률 중 가장 높은 기록이다. 그렇다면 ‘용팔이’가 시청률 불경기 속 홀로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믿고 보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 주원의 덕이 8할이다.
주원이 ‘용팔이’에서 맡은 역할은 장소와 환자를 가리지 않고 고액의 돈만 준다면 조폭도 마다 않는 외과의사 김태현. 이에 1회에서는 온갖 위험 요소에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돈을 위해 행동하는 태현의 속물적인 모습이 그려졌다면, 2회에서는 한 꺼풀 벗겨져 한층 다양한 면모를 드러낸 태현을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2회에서 단연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모친(김나운 분)을 잃고 오열하는 태현의 모습이었다. 공사 현장에서 다친 그의 모친은 태현이 근무하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VIP 환자의 등장으로 수술 받지도 못한 채 끝내 숨을 거둬야했다. 이를 안절부절 지켜보던 태현의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무능력한 자신에 눈물 흘리며 무너졌다.
주원이라는 배우의 진면목이 드러난 순간도 바로 이 때다. 까칠하고 능글맞은 레지던트 3년차에서 햇병아리 같은 인턴으로 돌아가 눈빛부터 달라진 그가 놀라운 몰입력을 보여준 것. 또한 모친의 죽음에 길 잃은 아이처럼 꾸밈없는 울음을 터뜨린 주원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없던 모성애까지 생기게 할 만큼 감성을 자극했다.
그의 진면목은 선배 배우 정웅인과 함께 할 때 더욱 드러났다. 이날 태현은 돈을 벌기위해 불법 왕진을 다닌다는 사실을 이 과장(정웅인 분)에게 들켰다. 평소 눈엣가시와도 같았던 태현의 약점을 잡은 이 과장은 태현을 은근하게 협박하며 자신의 손아귀에 쥐려했다. 이 때 태현은 자신을 ‘용팔이’라고 부르는 이 과장에 부정은커녕, 곧바로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비는 비굴함을 보였다.
그간 주원은 돈이라면 뭐든지 하는 태현의 속물적인 면을 표현하기 위해 당당하고 거만한 태도를 취했었기에,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는 더욱 도드라졌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니던 게 언제냐는 듯, 정웅인을 향해 한없이 조아린 머리가 그 차이를 크게 만들었다. 이 모두가 태현 역을 연기하는 주원의 섬세한 감정 변화와 캐릭터에 대한 흡입력이 만들어 낸 결과다.
이처럼 주원은 ‘믿고 보는’ 수식어에 걸맞은 명품 연기로 극에 대한 재미를 높였고, 그 재미는 시청률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또한 극의 말미에는 잠자고 있던 김태희가 드디어 깨어나는 모습이 그려지며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을 높였다.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케미’를 자랑하는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부딪히며 어떤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지 ‘용팔이’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용팔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