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영화 ‘베테랑’이 올 여름 영화 시장의 파이를 한층 더 키우는 증폭기로 나타나 주목된다. 첫 타자 ‘암살’이 멍석을 깔고 판을 벌인 가운데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이 기름을 부었고 ‘베테랑’이 여름 영화 종결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7월 22일 개봉해 3주차를 맞은 ‘암살’은 7일,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 고지를 향한 카운트다운에 본격 돌입했다. 거물급 경쟁자가 1주일 간격으로 두 편이나 출현했지만 전혀 밀리지 않고 여전히 매서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작년 1주 천하에 그친 ‘군도’로 크게 낙담했던 쇼박스는 ‘역시 믿을 건 최동훈 오빠 뿐’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영화사 테디웍스 김경규 대표는 “암살이 6일 객석 점유율 41%로 베테랑(44%)에 이어 한국 영화 2위를 기록했다”며 “이는 관객의 관심과 열기, 몰입도가 거의 식지 않았다는 반증이면서 최소 1200만 관객 동원을 예상할 수 있는 지표로 읽힌다”고 말했다.
‘사요나라 이츠카’에 참여했던 조성훈 프로듀서 역시 “암살이 멀티플렉스를 갖고 있지 않은 쇼박스 영화라는 점에서 2주차부터 고전이 예상됐지만 이 정도면 드롭율이 굉장히 적은 편”이라며 “아무래도 계열사 영화를 신경 써야 할 CGV와 롯데시네마로부터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 면에서 압박을 받겠지만 영화의 힘으로 뒷심을 보여줄 것 같다”고 전망했다.
‘MI5’도 업그레이드 된 프랜차이즈 영화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MI5’는 개봉 9일 만인 7일, 400만 관객 돌파가 예상되며 4년 전 전작 ‘MI4 고스트 프로토콜’(757만)의 기록을 뛰어넘을지 관심이다. 지난 5일부터 ‘암살’과 2~3만 명 차이를 보이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MI5’는 높은 관람 후 만족도와 한국 영화가 담아내기 어려운 압도적 스케일에 힘입어 롱런이 예고된다.
‘MI5’ 수입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임성규 팀장은 “육해공에서 펼쳐지는 톰 크루즈의 아찔한 액션신과 첩보 영화 특유의 쫄깃함이 더해져 오락영화로서 미덕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를 뒤덮은 불볕더위가 극장과 MI5 같은 오락물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5일 선보인 ‘베테랑’은 개봉 사흘 만에 100만 관객을 빨아들이며 올 여름 극장가의 강력 진공청소기로 급부상했다. 언론 시사 이후부터 ‘올 여름 탑픽 영화가 될 것’이라는 우호적인 평가를 받은 ‘베테랑’은 포털사이트에서도 평점 9점대를 상회하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유아인의 광기어린 연기’ ‘류승완의 액션과 경지에 다다른 블랙코미디’ ‘황정민 유아인의 케미가 빚어낸 꿀잼’ ‘요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백미러 영화’ ‘재관람 인증’ 등 각종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검찰도 아닌 광수대 경찰이 법을 우습게 여기는 재벌 3세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정의사회구현 스토리에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통쾌함이 주를 이뤘다.
‘역린’ 제작사 초이스컷 최낙권 대표는 “베테랑의 심상찮은 흥행 조짐은 똘똘 뭉친 악이 선을 이겨선 안 된다는 민초들의 바람과 의지를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영화에서라도 정의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걸 보고 싶은 대중들의 심리가 투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영화인은 “요즘 재벌들의 진흙탕 싸움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공교롭게 CJ 영화 베테랑이 사이다 같은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올 여름 텐트 폴 영화 빅3가 후발주자 ‘협녀’ ‘뷰티 인사이드’의 공세에 휘말려 다리가 풀릴지, 아니면 지금 같은 삼각 편대 꼭짓점 댄스가 블루스로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bskim012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