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울려’에서 세상 제일 불쌍한 남자가 오대규다. 첫 사랑인 하희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추악한 실체를 알고 난 후에도 당하기만 하는 힘 없는 남자. 언제쯤 오대규는 하희라 앞에서 당당하게 소리 한 번 칠 수 있을까.
지난 8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 33회는 강진명(오대규 분)이 나은수(하희라 분)의 섬뜩한 본색을 모두 알게 된 후 충격에 휩싸이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진명은 그동안 형 강진한(최종환 분)을 죽게 만들었다는 자책감과 진한의 아내인 은수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은수를 감쌌다.
허나 진한이 죽지 않았고, 은수 역시 재물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검은 속내를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진명은 은수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에 휩싸였다. 예상대로 은수는 실체를 들킨 후에도 당당했다. 진명이 진한을 죽게 만들었다는 것을 협박하고, 모든 가족들이 알게 된 후에는 이 집안의 대들보인 강태환(이순재 분)의 과거 악행을 빌미로 옭아맸다. 은수의 무시무시한 면모를 알게 됐지만 진명은 여전히 은수 앞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
은수는 태환의 비밀을 무기삼아 태환의 집에서 버티고 있는데, 태환의 뒤통수까지 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알게 된 진명은 또 다시 충격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했다. 능력이 뛰어나 그룹을 이끌어가는 후계자인데도 유독 은수 앞에서는 맥을 못추는 진명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치게 만들었다. 오히려 진명의 아내인 최홍란(이태란 분)은 은수에게 깐족거리거나 속을 긁으며 작은 대항이라도 하지만 진명은 그 어떤 반격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이 집안에서 은수를 막아설 수 있는 사람은 태환 뿐이다. 다만 태환이 고령이라는 점, 그리고 “살만큼 살았다”라고 죽음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이 불안한 요소다. 태환 외에 은수에게 대적할 수 있는 강력한 인물이 필요한 셈인데, 이 역할을 진명이 해주길 바라는 시청자들이 많다. 진명은 그동안 은수에게 당해도 너무 당했고, 꼭두각시 노릇을 해도 너무 했다. 답답함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 진명이 한번쯤 ‘사이다 남자’가 되는 날이 오기를.
한편 '여자를 울려'는 아들을 잃은 한 여자가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가는 과정과 그를 둘러싼 재벌가 집안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사랑과 갈등, 용서를 그린 드라마로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 jmpyo@osen.co.kr
‘여자를 울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