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마리텔’ 역대급 웃음폭탄, 백종원 없어도 괜찮아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8.09 07: 25

누가 백종원의 빈자리를 걱정했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백종원이라는 최강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역대급 웃음폭탄을 투하하는 예상 못한 카드들이 쏟아졌다. 고상함의 대명사인 대학 교수가 독침을 쏘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웃기고, 독특한 매력을 가진 디자이너의 거침 없는 독설이 귓가를 강하게 때릴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출연자가 기대 이상으로 빵빵한 웃음을 안겨주는 곳, 여기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다.
지난 8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백종원이 하차한 후 2번째 방송이자, 첫 번째 시청률 결과가 나오는 방송이었다. 시청률 1위는 마술사 이은결이 차지한 가운데, 시청률보다 인상적인 것은 다양한 재미가 쏟아졌다는 것.
그동안 백종원에게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이 프로그램은 그의 하차 후 다른 출연자들의 매력이 눈에 더 들어오는 ‘악재 속 호재’가 발생하고 있다. 에이핑크 김남주의 스승이자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 겸임교수인 김현아의 화술 강습은 그야말로 ‘역대급 웃음’이 형성됐다.

마치 실제 상황인 것마냥 정글에서 독침을 쏘는 연기를 하고, 실감나게 탁구 경기를 벌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꼿꼿하고 흐트러짐 없이 말을 할 수 있도록 공부하는 법, 김현아 교수가 김남주를 비롯해 연기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가리치는 기본적인 정보였다.
다만 좀 더 재밌고 박진감 넘치게 강습을 하는 탓에 웬만한 공개 코미디프로그램보다 웃긴 예상 못한 즐거움이 있었다. 거침 없이 옆으로 돌기를 하는 바람에 ‘풍차 교수’라는 별명을 얻었고, 워낙 웃지 않고 버틸 수 없는 상황극 때문에 ‘개그학과 교수’ 아니냐는 네티즌의 농담을 들었다. 여기서 가장 재밌는 장면이 나왔다.
김 교수가 “죄송하지만 나 박사다. 외국에서 연기 공부했다”라고 자신도 웃음이 나오는 것을 꾹 참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 즐거운 수업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이는 김 교수의 귀여운 정색은 안방극장을 자지러지게 했다. 여기에 일명 모르모트 PD와 김남주의 연기 대결까지, 이날 김남주의 개인 방송은 예상하지 못한 웃음 폭탄이 여러 번 터졌다.
‘복면가왕’의 복면 디자이너로 유명한 황재근 역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다소 여성스러운 목소리로 독설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 기미작가에게 살이 쪄서 모델로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을 하고, 거침 없이 가슴라인이 도드라지는 상황에 대해 지적하며 디자이너라서 할 수 있는 농담을 이어갔다. 그의 수위 높은 농담이 불편하지 않았던 것은 새침한 화법 때문. 무엇보다도 기미작가를 끊임 없이 구박하며 만들어가는 웃음 조화는 백종원 못지않았다.
네티즌의 농담에 발끈하고, 계속 구시렁거리는 솔직한 면모는 왜 제작진이 이 디자이너를 인터넷 방송으로 끌여들였는지 알 수 있게 만들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독특하면서도 웃겼다. 물론 황재근이 이날 보여준 ‘리폼 강습’ 역시 흥미로웠다. 어렵지 않게 앞치마로 가방을 만드는 등의 놀라운 손재주는 흥미를 자극했다.
마술사 이은결의 장난스러운 ‘낚시질’이 섞여 있는 마술, 취업준비생에게 어른으로서 이런 사회를 만들어줘서 미안하다는 김영만의 감동적인 종이접기, 유익한 이야기와 함께 기대 안한 순간에 웃음이 터지는 김구라의 정보 방송까지 이날 ‘마리텔’은 출범 이후 재밌는 방송 상위권에 뽑힐 만한 방송이었다.
사실 ‘마리텔’은 프로그램의 개국공신이자 대들보였던 백종원의 잠정 하차로 잠시 흔들릴 법도 했다. 허나 ‘마리텔’은 위기라는 시선을 딛고 특정 출연자의 매력에 기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어떤 출연자가 와도 재밌는 매력을 뽑아내는 재주가 있어 기본적인 내공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출연자가 바뀌어도 탄탄한 구성 속에서 새로운 출연자의 매력을 발굴하는 귀신 같은 능력이다. / jmpyo@osen.co.kr
‘마리텔’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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