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한국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희귀한(?) 장면이 탄생했다.
바로 이진욱이 피곤에 지친 하지원을 대신해 화장을 지워주는 일명 ‘클렌징씬’이다. 방송 후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작가가 의도한대로 설렌다는 의견과 보는 내내 왠지 모를 오글거림에 몸부림쳤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SBS 수목드라마 '너사시'는 인생의 반을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연애불가' 상태로 지내온 오하나(하지원 분)와 최원(이진욱 분)이 겪는 아슬아슬한 감정들과 성장통을 다루는 로맨틱 코미디다. 이는 대만드라마 '연애의 조건'(아가능불회애니)를 원작으로 하는데, 클렌징씬 역시 원작에도 등장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애틋한 감정선을 잘 살려 명장면이라고 호평을 얻었던 원작과는 달리, ‘너를 사랑한 시간’ 속 클렌징씬에 대한 반응은 사뭇 다르다. 물론 하지원의 화장을 지워주는 이진욱의 조심스러운 손길과 꿀이 떨어질 듯한 눈빛에 설렜다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이 장면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난색을 표한 의견 또한 눈에 띄었다.
문제의 장면 속 상황은 이러하다. 하나는 여러 가지 일에 치여 피곤한 상태로 원의 전화를 받아 “화장도 지워야 되고 정말 귀찮다. 누가 화장 좀 지워줬으면 좋겠다”고 투정을 부렸다. 이에 원은 “그거 어떻게 지우는 거냐”고 물었고, 하나는 “알아서 뭐 하려고”라고 대꾸하면서도 화장 지우는 법을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것인지 원의 것인지 모를 상상이 펼쳐지며 본격적인 클렌징씬이 등장한 것.
원은 하나의 설명에 따라 조심스러운 손길로 하나의 화장을 지워줬고, 하나는 눈을 꼭 감은 채 편안한 표정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제작진이 의도했던 것처럼 피곤한 여자를 위해 손수 화장을 지워주는 남자의 모습은 로맨틱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내용 전개상 꼭 필요한 장면이냐고 묻는다면 답은 ‘글쎄’다. 심지어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PPL이 아니었냐”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다소 뜬금없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클렌징씬은 최원과 오하나의 관계가 진전되기 위해 필요했던 장면이라기보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이진욱에 설렘을 느끼길 원한 제작진의 의도가 지나치게 드러났다. 그 결과는 반쪽 성공. 분명 여심을 흔들만한 장면이었지만, 현재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멋진 남자주인공이 아닌 공감할 수 있는 전개다. ‘너를 사랑한 시간’은 종영까지 단 3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 마지막에는 일부가 아닌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로맨스가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너사시' 방송화면 캡처